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국제행사'로 손꼽히는 세계박람회 개최지가 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유치 시 경제유발 효과 61조 원, 5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빅 이벤트'에 한국의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엑스포' 성사를 위해 정부는 물론 경제계도 원팀이 되어 홍보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홍보맨'을 자처한 그룹 총수들과 주요 대기업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소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요 기업 사장단은 중남미와 중동지역을 돌며 고위급 정치인과 임원을 만나 '현장 외교전'에 나섰고, 박람회 콘셉트카 차량 전시와 기술부스 홍보 등으로 글로벌 인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부산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친환경 차량으로 부산 엑스포 홍보…송호성 기아 사장 발로 뛰는 '민간 외교'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기간 부산엑스포 홍보 문구가 랩핑 된 차량 총 58대를 운영했다. 해당 차량들은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모인 각국 주요 인사와 현지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알렸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부산세계박람회 비전에 맞춰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18대, GV60 8대, GV70 전동화 모델 4대, 현대차 싼타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5대 등 친환경차 45대를 투입했다.
아울러 지난 18일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다보스 아메론호텔에서 열린 '2023 다보스 코리아 나이트(한국의 밤)' 행사장 입구에 부산세계박람회 로고가 적용된 투명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내부에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Genesis X)'를 전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이른 시점인 2021년 8월부터 엑스포 전담 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구성했다. 지난해 6월과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잇따라 개최된 BIE 총회 기간에도 부산세계박람회 로고를 랩핑한 차량으로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G20 발리 정상회의' 공식 차량 전달식 현장에 부산세계박람회 홍보 배너를 설치하고 안내 책자를 비치하는 등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관련 현지 우호 분위기 조성도 힘썼다.
지난해 12월에는 미래세대 상상력 담은 '부산엑스포 스토리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우산 비닐, 바닷가 쓰레기, 말벌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담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상은 게재 13일 만에 조회수 550만 회를 돌파했으며, 이 가운데 360만 회가 해외에서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임원들이 직접 유럽과 남미 등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만나는 '민간 외교전'도 적극 펼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10월 세르비아 현지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총리, 외교부장관 등 현지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송 사장은 알바니아도 방문해 벨린다 발루쿠 부총리와 외교부차관 등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그리스도 찾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와 만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활동을 이어갔다.
또 송 사장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지역을 찾아 외교부 장관 기업인 특사 자격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공화국, 짐바브웨공화국을 방문해 유치활동을 펼쳤다.
◆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탈리아·스위스 방문해 부산 엑스포 홍보전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가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10월 세계적 가스행사인 가스텍에서 미래 친환경기술과 최첨단 디지털기술을 선보이면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 나섰다.
가스텍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LNG와 수소, 저탄소 등 가스분야 세계최대 전시회로, 전 세계 60개국 750개 기업, 3만80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최고경영진을 비롯해 영업과 연구, 엔지니어링 분야 임직원 30여 명이 참여했으며, 총 60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LNG선, LPG선 등의 모델을 전시하고 최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HD현대는 전시장에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X-배너와 안내책자를 비치하는 등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정기선 사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3 다보스 한국인의 밤' 행사에도 참석해 세계 각국 기업인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오는 2030년 부산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려야 하는 당위성을 알렸다.
◆ 포스코 '아르헨티나' 방문해 부산엑스포 알리기 돌입…조현상 효성 부회장 'YGL 인맥' 기대
포스코그룹도 지난해부터 부산엑스포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덕수 국무총리의 중남미 3개국(칠레,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순방 일정에 정탁 포스코 대표가 민간위원회 집행위원 자격으로 동행,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정탁 사장은 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해 부산 엑스포 유치 교섭 활동을 전개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아르헨티나 현지를 방문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현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홍보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원, 은행, 공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부산 엑스포 홍보 배너를 설치해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말 개최되는 BIE 회원국 총회에서 최종 개최지가 결정되는 날까지 정부와 원팀으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이외에도 효성그룹도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소통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았다.
조 부회장은 '한국의 밤'행사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YGL)' 인맥을 적극 활용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을 실었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 YGL로 선정됐으며, 세계 각국의 YGL 출신 유력 인사를 비롯해 언론계, 문화계,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유력인사들과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