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휘청였는데…'성과급 잔치' 예고한 정유사 4Q 실적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 어두워
상반기 초호황에 성과급 규모는 늘어날 듯
일각에선 횡재세 도입 목소리

지난해 상반기 초호황을 누렸던 정유사들은 4분기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대부분 업종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어떠한 실적을 기록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 규모가 역대급일 것으로 예고돼서다. 다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상반기와 비교해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순차적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초호황을 누린 상반기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주요 회사의 전망치가 대폭 하향되면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들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급락했고, 2분기 비싸게 사들였던 원유의 재고평가 손실이 크게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정 손실 규모는 증권사별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러나 부진한 4분기 실적과 별개로 회사별 내부 분위기는 그리 침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까지 워낙 많이 벌었다. 2분기까지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잠시 주춤했던 3분기까지 누적으로 SK이노베이션 기준 영업이익 4조6822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보다 160% 증가한 수치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3분기까지 영업이익 4조309억 원, 3조5656억 원, 2조7770억 원을 기록, 각각 2021년 대비 104%, 186%, 226% 증가했다.

현재 정유 업계의 최대 화두는 성과급이다. 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규모가 결정된다. 먼저 현대오일뱅크가 신호탄을 쐈다. 최근 임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기본급 600%에서 40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정유사들은 부진한 4분기 실적과 별개로 지난해 역대급 누적 실적에 따라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더팩트 DB

다른 기업들도 노사 합의를 거쳐 설 명절을 지나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지난해 4분기의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발표하는 그즈음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1000% 이상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가 있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모두 올해 1000% 수준이거나, 1000%를 상회하는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다만 정유사들은 성과급에 대해 함구하며 쉬쉬하는 분위기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성과급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자칫 고유가로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유사들만 배를 불렸다는 지적을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징수하는 초과 이윤세를 말한다. 용혜인 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고유가·고물가·고금리 등의 상황 때문에 정유사들이 횡재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횡재세 형식으로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유사들은 한때 큰 손실을 봤던 것처럼 경기 변화에 민감한 업 특성상 특정 시기만을 문제 삼아선 안 된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중이다.

한편 지난 6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시작으로 대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영업이익 잠정 4조3000억 원)와 LG전자(655억 원) 모두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면서 국내 산업계를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자 업계 외에도 앞으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철강·석유화학 등 대표 산업의 기업들도 경기 부진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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