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근무제 변화 원칙 없어…김범수 대화 나서야"


17일 기자간담회 열고 근무제·리더십 등 문제점 지적
1년 새 근무제 변화 4번…"원칙 없어" 비판
김범수 창업자·CAC 대화 촉구

서승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 지회장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이 카카오의 근무 형태와 경영진 선임 등 주요 결정 기준에 대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아울러 투명한 소통이 가능한 '카카오 문화'를 유지하자고 촉구했다.

카카오 노조는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적극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요구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전환배치와 근무제에 대한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논의기구 설치를 건의한다"며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의 공개적인 대화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서 지회장은 "김 센터장이 현재 세부적인 경영에는 참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최근 갈등을 빚은 근무제 등은) 회사와 구성원들의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 센터장과는 이러한 방향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카카오는 아무래도 김 센터장의 초기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조직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최근 사무실 출근을 골자로 하는 '카카오ON' 근무제 도입으로 인해 노조 가입률이 10%에서 50%로 급증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 지회장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요구하면서 노조 가입이 급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노조 가입률은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의 블록딜 매매로 인한 경영진 교체 등의 이슈가 있었을 때도 올랐다. (이번 가입률 증가도) 오랜 기간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4번의 주요 근무 형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근무제는 △유연 근무제 2.0 (CXO 단위에서 사무실 출근·재택근무 선택, 3개월 단위 변경) △메타버스 근무제 (근무 장소에 무관한 음성연결, '코어타임' 도입) △파일럿 근무제 (원격 근무를 기준으로 사무실 설계, 코어타임 유지, 격주 '놀금' 시행) △카카오ON 근무제 ('오피스퍼스트' 기조 아래 최소 조직별로 근무형태 결정, 코어타임 해제, 월 1회 놀금 시행) 등이다.

노조 측은 이와 같은 단순히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영역을 넘어서 짧은 기간 동안 근무제의 방식과 방향성이 원칙 없이 달라진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 지회장은 "사실 6개월 전만 해도 회사는 '어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는데, 6개월이 지난 다음에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며 "이처럼 잦은 의사결정의 변경이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무리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의 발표 시점도 문제"라며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카카오ON 근무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적용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지난해 12월 27일에서야 발표됐다"며 "(시행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근무제가 발표됐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총 5번의 굵직한 대표진 변화를 겪었다. /최문정 기자

카카오 노조는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 이유로 △불안한 환경(계속되는 분사와 인수합병, 원칙없는 근무제 변경, 과도한 조직개편) △리더십 부재(경영진의 책임감 실종,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 임원 검증절차 부재) △신뢰 부족(소통부재와 정보공유 약화, 일방적인 사측의 통보,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특히 카카오가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5번의 대표 변화를 겪고, 비등기이사의 범위가 알려지지 않은 경영진의 범위가 뚜렷하지 않은 등 리더십 이슈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사측에 △근무제도 안정화 △대규모 조직개편 리스크 감소 △공동체 내 법인 간 통합 교섭 확대 △임원 책임과 권한 명확화를 통한 리더십 재정립 △공동체 통합논의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서 지회장은 "임원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임원 선임과 역량 평가 절차를 제도화해 카카오의 리더십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배치와 근무제에 대한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논의기구 설치도 건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카카오 노조는 노조법상 과반 노조 달성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 측은 "지난 2020년 이후 카카오 조합원은 1000여명으로 늘어났고, 2022년 카카오페이 이슈를 시작으로 조합원이 4000여명까지 늘어났다"며 "카카오 본사의 조합원은 1900여명으로 노조법상 과반 노조는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단,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으로는 과반 달성이 확실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과반 확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반 노조가 되면 사측과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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