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차기 회장 누가 되나? "혁신형 인재 물색"


이웅열·김윤 회장 물망
손경식 회장 가능성 크지 않은 듯
혁신형 인재 물색 예상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혁신형 인재가 회장직을 맡아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2011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이끌던 허창수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회장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혁신형 인재'가 회장직을 맡아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 회장단과 회원사들은 다음 달 23일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에 허창수 회장이 물러난다. 2011년부터 회장을 맡아 '최장수 회장'으로 불린 허창수 회장은 최근 전경련 회장단에게 다음 달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1961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게이단렌)를 모델로 설립을 주도한 한국경제인협회가 모태다. 19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뒤 정주영(현대)·구자경(LG)·최종현(SK)·김우중(대우) 등 주요 그룹 회장이 조직을 이끌면서 경제계 대표 단체의 위상을 갖췄다. 허창수 회장은 33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38대까지 6회 연속 자리를 지켰다.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이 회원사로 남았지만, 전체 회비의 절반을 책임지던 4대 그룹이 나가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주요 경제계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전경련 패싱' 굴욕을 겪었다.

허창수 회장의 연임은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 4연임째인 2017년부터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자리를 지켜왔다. 허창수 회장 역시 위상 회복을 최대 과제로 여겨왔다. 그러나 반전을 기대했던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어려움을 느꼈고, 이제는 대대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단체장들과 가진 비공개 만찬에 초청받지 못했다.

허창수 회장은 새로운 회장을 중심으로 혁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문제는 차기 회장 선출 절차다. 허창수 회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이미 후임자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지만, 현재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이웅열 명예회장, 김윤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회장단에서 선뜻 나서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전경련 회장은 회장단에서 선출돼왔다.

재계 원로이자 다른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회장인 손경식 회장(CJ그룹 회장)이 한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됐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대적 쇄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재계 큰 어른'으로 통하는 손경식 회장(1939년생)은 적임자로 걸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손경식 회장은 수년간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데, 전경련 내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기업인 중에서 나서는 인물이 없다면 경제계나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역시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의 재가입을 포함한 위상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차기 회장은 재계 총수가 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전경련을 대신해 경제계를 대표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회장직을 맡은 이후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남은 기간 동안 '혁신형 인재'를 적극 물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이웅열 명예회장과 김윤 회장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전경련은 외부 인사들이 중심이 된 혁신위원회를 꾸려 조직 쇄신 작업과 함께 회장 물색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원장은 이웅열 회장으로, 그는 다음 달 초부터 전경련 혁신위원회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이 사의를 표한 이유, 위상 회복이라는 전경련의 과제 등을 고려했을 때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참신한 혁신형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또 전경련이라는 큰 단체를 바꾸려면 존재감도 떨어지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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