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판매 차량과 수출 차량의 차이는 없습니다. 국내공장 생산 차량과 해외공장 생산 차량 간 차이도 없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고객 안전 최우선' 목표 달성과 지속적인 안전 기술 개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연구개발(R&D) 핵심 기지인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전기차 충돌 테스트 현장을 공개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일각에서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 간 품질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어떠한 구조적 차이도 없다"고 거듭 밝히며 '품질'과 '안전'을 글로벌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 요소로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충돌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평가가 진행된 안전시험동은 지난 2005년 12월에 준공, 4만㎡의 시험동과 2900㎡의 충돌장을 갖췄다. 실제 차량을 활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충돌시험장은 100톤(t)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되며, 최고 시속 100km, 최대 5t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이날 공개된 충돌 안전 평가는 아이오닉 5의 '시속 64km 40% 옵셋(부분 정면) 충돌'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IIHS) 충돌 상품성 평가에 포함돼 있는 항목이다. 시속 64km의 속도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켜 차량 내 승객의 충돌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IIHS에서 지난해까지 64km/h 40% 옵셋 충돌은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지만, 향후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추가해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이번 시험에서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다.
카운트다운을 하듯 실험 차량의 출발을 알리는 알림음이 울리고, 안내 방송과 함께 실험용 아이오닉 5가 변형벽으로 시속 64km의 속도로 돌진했다. 몇 초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시험동 전체로 '쾅'하는 굉음이 울려 펴졌다.
차량 보닛 왼쪽 부분은 말 그대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마치 종이처럼 구겨져 있었지만, 정작 운전자와 뒷좌석 동승자가 앉아 있는 공간은 프레임의 변화가 거의 없었고, 인체 모형의 변형이나 이탈도 거의 없었다. 차량에 탑재된 에어백도 모두 정상 작동됐다.
실제 회사 측이 공개한 이날 테스트 결과에서도 차량의 안전사양 모두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민 현대차그룹 안전성능시험 2팀 개발 1파트장은 "운전석 에어백, 측면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 더미(인체 모형)가 착석돼 있는 쪽의 에어백은 모두 정상적으로 전개됐고, 전·후석 시트벨트의 프리텐셔너와 로드리미터 등 점검 대상 모든 부분이 정상 작동했다"며 "차체변형량 'GOOD' 등급과 전·후석 더미의 상해 수준도 전 영역 'GOOD' 등급 달성, 이번에 평가한 옵셋 평가는 최우수 등급인 'GOOD'이다"고 덧붙였다. 아이오닉 5는 앞서 지난해 IIHS 해당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GOOD'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하고,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치는 등 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더욱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인체 모형을 27종 170세트 보유하고 있으며, 영유아부터 다양한 체구의 남녀성인을 모사하는 인체 모형을 충돌 시험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체 반응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정면충돌 인체 모형인 '쏘오'와 측면충돌 인체 모형인 '월드SID'를 중심으로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쏘오 인체 모형의 경우 기존 모델인 하이브리드-Ⅲ 대비 머리, 목, 흉부, 복부, 골반, 하지 등 부위에 센서를 100개 이상 더 추가해 보다 정밀한 상해 계측이 가능하며, 월드SID 모형 역시 기존 유로SID 대비 생체와의 유사성을 높이고 센서를 추가해 상해 계측을 더욱 상세하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품질 경영'과 맞닿아 있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우리가 품질과 안전이라는 기본적인 약속을 지켜나갈 때 고객들도 우리를 믿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기꺼이 함께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안전성'과 관련해 내수와 수출용 차량 구분 없이 동일하게 차량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 차량과 해외 수출 차량의 차이는 없다"며 "차량의 골격구조는 충돌과 NVH(소음·진동·노면 충격), 연비 등 모든 성능에 영향이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Global One Body 골격 구조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2015년 8월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현대차 스트리트 써킷에서 국내 고객의 불만으로 자주 언급되는 내수·수출 차량 간 품질 논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의 국내 생산 모델과 미국 생산 모델의 차대차 충돌실험을 시행했다. 당시 시연에서도 여러 다양한 평가 항목 모두 실험 차량 간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다만, 국가별 법규 차이에 따라 대응구조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백 상무는 "북미의 경우 보행자 사고 빈도가 낮은 반면, 내수와 유럽의 경우 보행자 사망 비율이 높기 때문에 보행자 보호 법규가 적용 중"이라며 "이를 대응하기 위해 범퍼 하단부에 로워 스티프너 구조와 범퍼백 빔 전단부에 폼을 적용해 보행자의 하지를 보호하는 구조가 내수 차량에는 적용된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백 상무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IIHS에서 지난해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 등급인 'TSP'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평가 결과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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