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대학교수, 공공·미간연구소 연구위원 등 경제·경영 전문가들이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 '토끼굴에 빠진 형국'이라며 싸늘한 전망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85명의 경제·경영 전문가를 대상으로 '2023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심연 △풍전등화 △첩첩산중 △사면초가 등의 단어를 꼽으며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진 것과 같이 우리 경제가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란 잿빛전망을 내놨다.
이외에도 △암중모색(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음) △중력이산(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음) △경제와 사회의 회복탄력성 등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대처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 "2023년, 한국 경제 저성장 고착화 원년 될 것"
이번 조사에서 올해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은 무려 전체의 76.2%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1.25% 수준으로, 1.5%~2.0% 구간에 있는 주요 기관 전망치(기재부 1.6%, 한국은행 1.7%, OECD 1.8%, IMF 2.0%)를 밑돌았다.
올해 소비 및 투자전망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둔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 90.5%, 96.4%에 달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78.6%가 '지난해와 유사 또는 둔화'를 예상했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어둡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22% 수준으로 주요 기관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OECD 2.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4%, IMF 2.7%)를 소폭 하회했다.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경제전망도 부진했다. 미국과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답한 비율은 각 71.4%, 75%다.
새해 우리경제가 직면한 경제 분야 리스크로는 '고금리 상황'(24.5%)과 '고물가·원자재가 지속'(20.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수출 둔화·무역적자 장기화'(16.8%), '내수경기 침체'(15%), '지정학 리스크(미·중 갈등, 전쟁 등)'(13.8%)가 뒤를 이었다.
◆ 미래 먹거리 "배터리·바이오·모빌리티"
지난해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서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성훈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았던 것,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여러 산업기반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던 것 등이 상대적 선방의 요인들"이라며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 방산, 친환경에너지 등 더 다양한 산업을 촉진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를 이끌 먹거리 산업으로 배터리(21.2%), 바이오(18.8%), 모빌리티(16.5%), 인공지능(10.6%) 등을 제시했다.
정부가 올해 중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 분야로는 '미래전략산업 육성'(2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자금·금융시장 안정'(23.8%), '경제안보·경제외교'(11.9%), '수출 확대'(9.5%), '산업·기업 구조조정'(8.3%) 응답이 뒤를 이어 단기 과제로는 자금·금융시장 안정이, 장기 과제로는 미래전략산업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모든 전문가 "사회갈등 심각" 한목소리
이번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갈등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전원이 갈등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는 '정치적 갈등'이 58.3%로 과반을 차지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주요 경제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동시에 노동·규제·교육 등 주요 개혁과제에 대해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하는 해"라며 "주요 개혁과제는 미래 지속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사회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관건은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라고 전제하고 "협치를 통해 주요 정책들을 신속하게 수립·집행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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