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최근 에이스침대(에이스)와 시몬스침대(시몬스)간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가격 인상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 수십 년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1·2위를 다퉈왔던 두 기업이었는데 서로 간에 민감한 가격 인상 얘기가 오가면서 날선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두 기업의 수장은 피를 나눈 형제다. 안유수 에이스·시몬스침대 회장 아래 에이스는 안성호 대표(장남)가 시몬스는 안정호(차남)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두 회사는 지금까지 치열한 경쟁을 해오면서도 서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립각을 세운 적이 없었다. 실제 지난해 11월 에이스가 이마트24와 협업을 통해 출범한 서브 브랜드 '클럽 에이스'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몬스의 홍보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시몬스는 에이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커녕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대응을 하기보다는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 가격 인상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우리가 덜 올렸다' 식으로 형제간의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몬스는 지난 2일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모두 힘든 상황에서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소비자와 협력사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없다"며 "에이스는 지난해 최대 20% 가격을 올렸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등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 9일 에이스는 시몬스가 설명한 가격 인상 폭과 횟수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반박했다. 에이스는 "최근 만 5년간 단 2차례만 가격을 올렸다. 반면 시몬스는 5년간 6차례 가격을 올렸다"며 "특히 에이스 베스트셀러 하이브리드테크 레드·블루는 5년 전 대비 약30~33% 올랐지만 시몬스의 윌리엄·헨리는 약 65~87% 올랐다"고 설명했다.
에이스는 시몬스에 반박한 이유에 대해 '소비자의 알 권리'라는 입장이다. 에이스 관계자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에이스는 지금까지 시몬스를 비롯해 관련 업계에 대응하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반박에 나선 이유는 정확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다"며 "시몬스에서 말하는 가격 20% 인상이 자칫 소비자들에게는 연달아 가격을 올려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바로잡고자 정확한 수치로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준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적인 공방전을 두고 이면에는 에이스의 위기의식이 내포돼 있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전부터 이들은 무수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업계 1·2위 자리를 놓고 대결해왔는데 최근 몇 년 간 시몬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에이스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은 서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에이스의 이같은 행보는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시몬스가 앞서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시몬스는 최근 광고와 팝업스토어 등을 통한 신선한 브랜딩 활동과 활발한 ESG 행보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피를 나눈 형제라도 동종업계이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국내 침대업계의 부동의 1위 에이스를 시몬스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실제 최근 시몬스의 급성장으로 두 기업 간의 매출 격차도 축소되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에이스가 대응에 나선 것은 위기의식을 느낀 부분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철 유한대 경영학과 유통물류전공 교수도 "에이스와 시몬스는 공생하기에는 겹치는 시장"이라며 "에이스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몬스에 위기의식을 느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매출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에이스 매출은 1890억 원으로 시몬스(914억 원)의 2배 이상 차이가 났지만 2021년에는 에이스침대 3463억 원, 시몬스 3054억 원으로 차이가 409억 원으로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