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한국은행이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하고 '계묘년' 첫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데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3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올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5·7·8·10·11월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번에도 금리가 인상되면 사상 첫 7연속 금리를 올리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첫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로, 전년보다 5.1%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5%대 이상을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보인다.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3% 후반대(12월 3.8%)로 높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 내놓은 신년사를 통해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중앙은행(Fed)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금리는 4.25~4.5%가 됐다. 한미 간 기준금리 상단 격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1.50%포인트) 후 두 나라 사이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 환율은 다소 안정됐으나 미국 연준의 긴축을 반영하면서 달러 강세가 재차 나타나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한국 물가 수준 또한 2%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하는 만큼 (최종금리 수준이) 3.75%까지로의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1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단절하지 않고 기준금리 상단을 열어둘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최종 기준금리는 3.7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시점의 특징을 감안하면 1월 금통위 결과 금리 동결과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상훈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에서 완화로 선회한 2008년 6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LTV 비율 완화가 포함돼 있었다"며 "당시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이었고, 전후 5월과 7월 금통위에선 소수의견이 2명씩 개진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