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사인 'KB라이프생명'이 공식 출범했다. KB라이프생명의 첫 수장은 이환주 대표로, 그는 2030년까지 생명보험 업계 '빅3'에 등극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다만 '화학적 결합' 등의 숙제가 남아있는 이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지난 2일 출범식을 열고 통합법인으로서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진 통합이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두 회사가 통합하면서 생명보험 업계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양사 실적 단순 합산 기준에 따르면 KB라이프의 총자산은 지난해 10월 기준 33조4725억 원이다. 이는 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농협·미래에셋·동양생명에 이어 업계 8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험영업수익은 3조550억 원으로 업계 7위 수준이다.
KB라이프생명은 출범식에서 차별화된 종합금융 솔루션으로 2030년까지 생명보험업계 3위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환주 대표 역시 지난 3일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자산과 당기순이익 모두 3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환주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우선 전산시스템 등 IT 관련 물리적 결합과 조직 간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통합 작업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이뤄진 데다 푸르덴셜 생명이 외국계 법인이었던 만큼 공식 출범 후 내부 혼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신한라이프도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 과정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사·복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겪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영업 체질도 융합시켜야 한다. KB생명의 경우 초회 보험료의 95%를 방카슈랑스에 의존해왔다.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회사가 통합해 하나로 융화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진통이 따른다"라며 "물리적 결합의 경우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의 경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라이프생명은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라이프생명 측에 따르면 통합 전부터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영업지원·IT·자산운용·회계·HR 등 여러 분야를 공동 운영해 왔다. 특히 '라이프 원 시스템(Life One System)'으로 명명된 IT 통합 작업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최근에는 통합 사옥인 'KB라이프타워'로 업무공간도 일원화했다. 양사 임직원들이 KB라이프생명의 일원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VDI(데스크톱 가상화) 시스템도 재정비했다. 하나의 PC에서 양사 서버에 접속할 수 있으며 접근성, 유연성, 보안성도 높여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지난해 말 경영진 인사에서 이환주 대표가 푸르덴셜생명 출신 임원들을 대거 유임시키는 '탕평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화학적 결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KB라이프생명의 16명 임원 중 10명을 푸르덴셜생명 출신으로 채웠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양사 통합 전 임직원들과 많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업무를 같이 수행하는 등 협업 체계를 이뤄놨다"라며 "좋은 '화학적 결합' 사례로 꼽히고 있을 만큼 융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