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승진 기자] 지구 반대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게임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소니가 혼다와 합작해 만든 첫 전기차 '아필라'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기 때문이다. 이 차량의 등장은 게임이 PC와 TV, 그리고 휴대전화를 넘어 자동차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지에서 'CES 2023'을 취재 중인 후배에게 현장 분위기를 물어보니 "아필라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조금만 떨어져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행사의 떠오르는 스타로 눈도장을 콱 찍었다는 뜻이다.
'아필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차량 기능에 초점을 맞춘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등 어려운 기술들을 이해해야 한다. 좀 쉽게 설명하면 미래에는 첨단 기술이 더해진 달리는 게임기도 나온다는 내용이다. 그 미래가 어떨지는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가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가늠할 수 있다. 그는 "현재로서는 운전자가 도로를 주시해야 하므로 소니의 영화나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제한돼 있으나, 향후 수년 내 완전 자율주행이 보편화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아필라'가 제시하는 달리는 게임 환경은 단순히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촉감을 통해 직접 느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추후 차량 좌석에 앉아 있는 게이머들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5(PS5) '햅틱 피드백' 관련 기술들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요시다 최고경영자가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테이션5 전용 컨트롤러에는 특정 진동으로 촉감 등을 전달하는 기술인 햅틱 엔진과 손으로 누르는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아쇠 모양의 조작 장치가 탑재됐다.
'아필라'의 등장은 세계 게임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서 뚜벅뚜벅 걷고 있는 우리 업체들에도 시사점이 크다. 기존 PC·모바일 외에도 다양한 게임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미래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게이밍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카'를 표방하고 나선 이 차량의 데뷔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미즈노 야스히데 소니 혼다 모빌리티 최고경영자는 'CES 2023'에서 "인공지능, 엔터테인먼트, 가상·증강현실에 대한 소니의 경험을 활용해 독특한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백 투 더 퓨처(1985)' 등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이제는 달리는 게임기 같은 일도 눈앞에 펼쳐질 태세다. 앞으로는 어떤 게임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갈까. 영화 같은 미래 게임 시장은 성큼 다가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