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70억 달러 이상 늘면서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 조절과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축소 조치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감소한 데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유로화·파운드화·엔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2년 12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31억6000만 달러로 전월말(4161억 달러)보다 70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이며, 2020년 11월(98억7000만 달러)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4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7월(+3억3000만 달러) 반등했으나 다시 감소 전환하면서 8월(-21억80000만 달러), 9월(-196억6000만 달러), 10월(-27억6000만 달러) 등으로 3개월 연속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11월(+20억9000만 달러), 12월(+70억6000만 달러)에는 2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 달러화 가치는 큰 폭 하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03.84로 전월(106.82)보다 2.8% 떨어졌다. 미 달러화가 평가 절하되면서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을 미 달러로 환산한 외화자산이 늘어났다. 유로화가 미 달러화 견줘 3.3% 절상됐고, 영국 파운드화도 0.9% 평가 절상됐다. 호주달러화는 1.4% 절상됐고, 일본 엔화도 4.4% 절하돼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1318.8원에서 12월 말 1264.5원으로 4.1% 하락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와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696억9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40억7000만 달러 늘었다.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26억7000만 달러 늘어 293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달러와 미 국채를 매수해 유가증권과 예치금 보유 비중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 비중은 지난해 11월 6.4%에서 12월 6.9%로 소폭 확대됐다.
국제통화기금(IMF) SDR(특별인출권)은 148억4000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1억9000만 달러 늘었다. IMF포지션(출자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인출금액)은 1억3000만 달러 늘어난 44억9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금은 47억9000만 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억 달러 늘어난 4161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1위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175억 달러로 651억 달러 증가했다. 2위 일본은 1조2263억 달러, 3위 스위스는 9059억 달러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