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석준 신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이 회장 취임으로 농협금융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으로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경영능력 입증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일 첫 출근했다. 이날 출근을 시작으로 이 회장은 앞으로 2년간 NH농협금융을 이끌 예정이다.
이석준 회장은 부산 동아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과 예산실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 요직을 두루 맡았다. 지난 2016년에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 참여한 핵심 인사기도 하다.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이석준 회장이 현 정권과 가까운 점을 두고 향후 성장 등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석준 회장의 어깨는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낙하산 인사' 꼬리표부터 떼야 한다.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인 만큼 이석준 회장은 취임 전부터 전문성보다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이석준 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제 관료로서 화려한 역량을 쌓았지만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만큼 이석준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석준 회장은 전날 첫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낙하산 인사 논란은)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성과 등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자본확충 등 NH농협금융의 현안도 산적하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단일주주인 비상장사인 탓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중앙회의 유상증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 포트폴리오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부채가 13조 원에 달해 농협금융 증자에 적극 나설 수도 없는 여건이다.
은행으로 치중된 이익 구조 개선도 이석준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농협금융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 비은행은 28.1%다. 50~60% 수준인 신한금융·KB금융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농협금융은 현재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NH농협리츠운용, NH벤처투자 등을 거느리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실적 부진에 빠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도 급선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11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2146억 원) 대비 94.45%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23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 감소했다. NH농협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831억 원으로 전년 동기(876억 원) 대비 5.14% 감소했다.
이석준 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이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 정신으로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회사가 됐기 때문에 이제 내실을 다지고 실질적으로 진짜 지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농협중앙회 내부와 외부 통틀어서 다 소통과 설득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