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새해 첫 증시 거래일 한국전력의 주가가 큰 폭으로 고꾸라졌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됐지만 적자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투자업계 전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전은 전 거래일(2만1800원) 대비 11.24%(2450원) 내린 1만9350원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2만1200원으로 문을 연 한전은 내림폭을 키우며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날 한전 외에도 전기가스업(-8.02%)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전산업(-5.88%) △제룡전기(-5.78%) △한전kps(-3.92%) △세명전기(-3.34%) △광명전기(-3.12%) 등의 순으로 낙폭이 컸다.
한전을 필두로 한 관련주의 내림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전기요금 인상안이 적자 해소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달 30일 올해 1·4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13.1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산업부와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1kWh당 51.6원)과 견주면 4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여전히 한전의 적자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 폭은 기존에 산업부가 주장한 전기요금 인상 폭의 4분의 1 수준으로 주식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수치"라면서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매출이 연간 7조3000억 원 늘어나겠지만, 올해 연간 영업적자가 30조 원 규모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누구도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눈높이를 하회하는 요금 인상 규모로 유틸리티 섹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 또한 "올해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되는 건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