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승진 기자]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게임 산업은 지난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2023년은 웅크렸던 토끼가 더 멀리 뛰듯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기대가 크다. 게임 업계는 올해 다양한 활동으로 새로운 기회 찾기에 나선다. 무엇보다 대형 신작들이 하나둘 출시 출발선에 설 채비를 마치고 있어 희망의 불빛을 밝힌다. 새해 게임 시장 전망을 토끼를 상징하는 알파벳 키워드에 맞춰 살펴본다. 토끼를 뜻하는 'RABBIT'은 귀환(Return), 활기(Activity), 탈국경화(Borderless) 등에서 앞 글자를 딴 키워드다.
◆ R: 귀환(Return)
올해 게임 시장은 '별들의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90년대 전후로 시장을 달군 추억의 명작이 대형 신작으로 돌아온다. '파이널판타지16(스퀘어에닉스)', '디아블로4(블리자드)', '스트리트파이터6(캡콤)'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게임은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이번 게임 전쟁은 여름인 6월 절정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게임이 출시일을 이때로 예고하고 있어서다.
◆ A: 활기(Activity)
'별들의 전쟁'은 국내 게임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3년 새해가 시작되는 첫 주부터 대형 신작들이 줄줄이 나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신작 출시가 주춤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카카오게임즈와 그라비티는 오는 5일 각각 신작 '에버소울'과 '라그나로크X'로 포문을 연다.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에 집중하는 때에 맞춰 K콘솔 돌풍을 노리는 대형 신작들의 데뷔전 역시 기대를 모은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넥슨)', 'TL(엔씨소프트)', 'P의 거짓(네오위즈)' 등이 출시 출발선에 섰다.
◆ B: 탈국경화(Borderless)
K게임 활동 무대를 넓히는 탈국경화는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해외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국경 없는 소비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글로벌 일류 게임 업체들은 혁신을 통해 무한 경쟁을 이겨냈기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산업 초기에는 내수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 해외로 진출하는 게 공식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게임 개발로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더 실린다.
◆ B: 후원(Back up)
ESG 경영이 기업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게임 업계의 독특한 후원 활동이 올해 더욱 관심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타 업계와 목표는 같지만 방식은 다르다. 게임사 단독으로 추진하는 형태가 아닌 고객인 게이머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게이머에게 놀이와 기부라는 두 가지 즐거움을 준다.
◆ I: 아이콘(Icon)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2022 롤드컵)'에서 DRX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예선인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참가했던 팀이 결승까지 오른 것은 DRX가 처음이기에 더욱 그랬다. 주장인 '데프트' 김혁규는 데뷔 10년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안았다. 그는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롤드컵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는 어떤 팀과 선수가 희망과 감동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일이다. 롤드컵은 라이엇게임즈 대표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다.
◆ T: 기술(Technology)
게임 산업은 게이머가 몰입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실감 나고 빠르게 표현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제는 가상인간,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게임의 가능성을 더욱 넓히고 있다. 기술 패권 시대가 열린 만큼 게임 분야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술 확보 없이는 세계무대에서 패권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복잡하고 어려운 첨단 기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닌텐도에서 보듯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술과 연계해 혁신적인 사업으로 구현해내는 역량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