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IT업계는 올 한 해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다. 올해 초 야심찬 첫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사태'로 홍역을 치렀고, 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남궁훈 전 각자대표가 사퇴하는 사태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대면 수요를 타고 연일 호실적을 달성하던 반도체 업계는 냉랭한 업황에 몸을 낮추고 있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IT업계의 1년을 되돌아봤다.
◆ 한종희 부회장까지 고개숙인 'GOS 사태'…하반기 '폴더블'로 반전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직후 GOS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GOS는 고성능 게임이나 콘텐츠 시행 시 스마트폰의 과열을 막기 위해 탑재된 소프트웨어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GOS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해왔지만, 이용자들이 유료 앱이나 우회 방법을 통해 이를 끄거나 삭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S22 시리즈부터는 우회 방식을 사용할 수 없어 이용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에 한종희 DX 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은 사내 타운홀 미팅 등에서 GOS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GOS 사태로 몸살을 앓은 삼성전자는 하반기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폴더블 스마트폰 트래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증가했다. 아울러 사상 최초로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겼다.
특히 갤럭시Z폴드4의 출하량은 전작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멀티태스킹 바를 추가하고, 화면비를 개선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폴더블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 1000만 대 이상을 달성하고, 오는 2025년까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채운다는 목표다.
◆ 카카오 없는 127시간…"데이터 이중화·자체 데이터 센터 구축 '속도'"
카카오는 지난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 서비스가 일제히 먹통이 됐다.
카카오의 진정한 위기는 서비스 복구 과정에서 찾아왔다. 해당 데이터센터에 총 3만2000대의 서버가 비치된 만큼, 피해 범위가 컸고, 복구 작업을 위한 작업도구 이중화 등의 조치가 미비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발생 후 약 5일 만인 127시간33분이 지나서야 모든 서비스 복구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접수된 피해 사례는 10만5116건에 이른다. 올해 초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남궁훈 전 각자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며 지난 10월 19일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을 맡아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작업도구 이중화를 비롯해 인프라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한다고 약속했다. 위기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구축한다.
아울러 카카오는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4600억 원을 들여 서버 12만 대 규모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는 안산 데이터센터의 24시간 무중단 운영을 위해 △전력 △냉방 △통신 등 3대 요소에 이중화 인프라 구축을 추가할 예정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는 유료와 무료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보상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14일 소비자·소상공인 등 관련 단체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1015 피해 지원 협의체'를 발족했다. 카카오는 향후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 분석을 통해 보상안 마련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 역대급 한파 맞은 반도체…"미래 성장동력 확보"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어난 비대면 수요와 함께 성장세를 기록했던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실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1조5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8조8000억 원) 대비 83%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486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은 올해 9~11월 1억9500만 달러(약 2487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7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선 마이크론은 전 직원 10% 정리해고 등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섹터 선임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계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겨울나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이나 투자 축소 대신 체력을 기른다는 목표다. 특히 극자외선(EUV) 선단 공정 관련 시설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최대 50%까지 설비 투자를 축소하는 한편, 안정적인 재고 수준을 맞출 때까지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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