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어들고, 대출 풀고…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녹일까


다주택자 주택매매거래 활성화 초점
청약제도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 예정

정부가 내년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세금, 대출, 청약 규제를 대폭 완화랄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전경.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규제를 한층 완화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 전망과 고금리 기조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그동안 강력하게 막았던 다주택자의 세금과 대출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성을 틀면서 매매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고금리 기조와 경제침체 우려로 단기간 시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정부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다주택자와 실수요자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한다.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개편하고 주택 가격에 따라 막았던 대출 한도를 늘린다. 무순위 청약의 지역거주 요건을 확대하고 청년과 신혼부부의 당첨 가능성도 높이는 등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내놨다.

◆ 부동산 세금 대폭 경감…다주택자 매매거래 활성화 위주로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을 완화한다. 3주택(조정지역 2주택)자는 기존 8%에서 4%로, 4주택(조정지역 3주택) 이상 개인과 법인은 기존 12%에서 6%로 취득세 중과가 낮아진다. 오는 5월 9일까지 한시 유예 중인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의 경우 1년 연장한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가 주택을 사고 팔 때 필요한 세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도 가능해진다. 지난 2018년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후 4년여 만이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30%가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구), 하남, 광명 등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경우 매입가격의 30%까지는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부터는 2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다. 지역에 상관 없이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해야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기본공제금액도 기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고,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도 없앴다. 9억 원 미만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세금 공제를 확대하고, 주택을 많이 보유해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실수요자의 첫 내집마련에 따른 세금도 줄인다. 현행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의 가구가 수도권 4억 원, 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만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상반기 내에 이를 확대해 생애최초 내집마련 가구라면 누구나 취득세를 감면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상화 방안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저해 요소들을 완화해 시장연착륙을 유도하려는 내용"이라며 "설령 단기적인 가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방향으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한파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정부가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전경. /이동률 기자

◆ 얼어붙은 분양시장, 청약한파 장기화 대비

정부는 장기화하는 청약한파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먼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쌓이기 시작한 미분양 주택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순위 청약 요건을 완화한다.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아파트의 경우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이 사라진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는 타지역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줍줍' 청약에 지원할 수 있다.

또 예비입주자 비율을 기존 4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확대한다. 예비당첨 번호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비입주자 명단 공개 기간도 60일에서 180일로 연장해 무순위 청약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규제지역에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의 추첨 물량도 확대한다. 현재 규제지역에 들어서는 85㎡ 이하 주택은 모두 가점제로 공급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내에 이를 개편해 전용 60㎡ 이하 민간 아파트는 가점 40%, 추첨 60%로 분양할 계획이다.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로 비율이 적용된다. 반대로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가점제 물량을 기존 50%에서 80%로 높인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점이 낮아 청약당첨 가능성이 낮던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상반기 중으로 공공분양에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이 신설된다.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19~39세 미혼자를 위한 분양 물량이 마련되는 것이다. 신청 기준은 월평균소득 140% 이하, 순자산 2억6000만 원 이하인 1인 가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 매매거래와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시장 연착륙 효과에는 의문부호를 찍었다. 금융당국의 고금리 기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택 거래를 저해했던 규제들이 완화되는 만큼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실거래를 유도하는 등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얼어붙은 정책 변화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활성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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