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린어블 에이치투'로 에너진과 수소저장용기 국산화 이뤘다


수소에너지 안보 차원 국산화 추진
수소저장용기 개발 비결은 기술 투자

포스코가 에너진과 함께 수소전문 철강인 그린어블 에이치투(Greenable H2)로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에너진 본사. /포스코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포스코는 에너진과 함께 수소전문 철강인 '그린어블 에이치투(Greenable H2)'로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수소저장용기는 압축된 수소가스를 고압으로 저장하는 제품으로 수소충전소에 사용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소저장용기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이번 포스코와 에너진의 공동개발로 향후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소충전소를 중심으로 한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수소충전소의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는 미국의 FIBA사 제품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수소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국산화가 절실했다. 이에 포스코는 에너진과 함께 수소저장용기의 소재부터 제품까지 100% 국산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에 나서게 됐다.

에너진이 수소저장용기 개발을 위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철강소재였다. 에너진 황인기 부사장은 "국내에서는 소재를 생산하는 철강사가 없어, 이탈리아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제품을 받기까지 1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물류비용 등 경제성 측면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했다"며 "포스코가 새로 론칭한 'Greenable H2'로 수소저장용기용 소재를 개발·공급해주겠다고 한 덕분에 수소저장용기의 국산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먼저 에너진이 설계한 수소저장용기에 적용하는 철강소재에 대한 니즈를 파악했다. 해당 용기는 고압의 압축된 가스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었고, 미국기계학회 수소저장용기 규정을 충족시키는 두께 400mm 이상의 극후물 강재를 필요로 했다.

2022년 국제 수소전기에너지 전시회에 전시된 에너진의 수소충전소용 수소저장용기. /포스코 제공

이에 포스코는 2018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대 두께인 700mm 반제품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PosMC(POSCO Mega Caster)를 활용해 수소저장용기에 최적화된 'Greenable H2' 철강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것이 수소저장용기 개발의 시발점이다.

에너진은 풍력, 수소 등과 관련된 특허를 국내외 50여 건 이상 출원할 정도로 신재생 에너지 기술력이 탄탄한 강소기업이다. 특히 에너진이 보유한 초고압 제어기술과 와이어 와인딩 등 혁신적인 기술이 이번 수소저장용기의 개발·국산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압 제어기술은 6000바(bar)의 초고압까지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에너진 이영철 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수소자동차에서 700바, 수소충전소에서는 900바 정도의 고압 제어기술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에너진의 초고압 제어기술은 이보다 최소 6배 이상의 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어 와인딩은 수소저장용기의 내외부에 강선를 적층하고 감아서 제작하는 기술로 대용량의 수소저장용기 제작에 유리하고 폭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일반적인 수소저장용기는 압력을 받을 경우 원통의 중앙 부분이 볼록하게 팽창하는데, 와이어 와인딩 기술을 적용하면 감겨진 와이어에 의해 용기의 모든 부분이 균일한 압축응력하에 놓이게 돼 폭발을 방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인 에너진이 이러한 기술 역량을 보유하기까지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다. 이 연구소장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2018년 6~7%에서 지난해 14%로 두 배 이상 증가됐다. 현재 연구개발비에만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는 투자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월 포스코 'Greenable H2'와 에너진의 기술력이 결합돼 마침내 수소저장용기를 개발했고, 미국기계학회와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품 판매를 위한 인증을 완료했다.

에너진 황인기 부사장(오른쪽)과 이영철 연구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두 회사가 이번에 공동으로 개발한 수소저장용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메가 파스칼(MPa)의 압력에 견디고, 1000리터의 수소를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용 대용량 수소저장탱크다.

이 연구소장은 "에너진 제품은 기존 FIBA사 대비 약 2배인 1000리터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1기로 수소자동차 약 10대를 충전 가능하며, 여러기를 높게 쌓아 올려 사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금속 실린더 외부에 강선을 감는 에너진 고유의 와이어 와인딩 방식으로 제작되고, 포스코의 수소용 전문철강 'Greenable H2'를 적용해 안전성이 매우 우수하다.

이와 같이 에너진은 세계 최대 용량임에도 안전성이 우수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수소저장용기의 국산화를 실현함으로써 지난 8월 국내 최대 규모 수소산업 전시회인 'H2 MEET 2022'에서 'H2 Innovation Award'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너진은 지난달 1일 포스코와 수소저장용기 보급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포스코가 제철소 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시 에너진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한편 수소저장용기 개발, 국산화까지는 포스코그룹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가스안전공사 등의 도움도 컸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수소저장용기의 장시간 내구성 확보를 위한 피로 특성 연구를 수행했으며, 와이어 와인딩 기술에 적용되는 강선의 내구성 평가, 용접부 강도 개선 등의 솔루션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안전이 최우선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인증에 도움을 줬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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