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졌다는데...' 올해 아파트값 얼마나 빠졌나


전국 아파트값, 1월 대비 약 5% 하락
"일부 호재지역은 침체기에도 상승"

1월 대비 11월 매매가격지수를 비교한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4.86% 하락했다. 금리의 인상폭 조정에 따라 시장 반등 시기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가 15억7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달 16억6000만 원 에 거래된 이후 한 달 만에 1억 원가량 떨어진 호가다. 신고가를 경신한 지난해 9월 23억8000만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억 원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올해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내렸다. 전국적으로 5%가량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10%까지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이 악화하며 거래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대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크게는 연초와 비교하면 수억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정부가 매매거래를 제한했던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 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주택가격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더팩트>가 한국부동산원의 1월 대비 11월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해 4.86%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2월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4월 한 달만 보합세를 보인 후 연말까지 꾸준히 떨어졌다. 12월 월간 매매가격지수는 내년 1월 공개될 예정이지만 주간단위로도 지난주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대비 11월 매매가격지수를 비교한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4.8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됏다. 수도권은 하락률은 6.27%, 지방은 3.52%를 기록했다. /최지혜 기자

올해 1월 대비 11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4.89% 내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9.2 수준으로 내려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졌다. 지수는 지난해 6월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작년 6월보다 낮아졌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5월부터 낙폭을 키우며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 4월 전월보다 0.01% 하락하기 시작해 8월 -0.45%, 9월 -0.75%, 10월 -1.24%로 하락 폭이 벌어졌다. 지난달에는 2.06%의 낙폭을 기록하며 2008년 12월(-1.73%) 이후 최대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노원구다. 노원구 아파트 가격은 연초 대비 8.33% 하락했다. 이어 도봉구 -8.16%, 성북구 -6.91%, 강북구 -6.72%, 은평구 -6.58% 등의 순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컸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남권 역시 1월보다 3.88%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낙폭은 송파구 -6.13%, 강동구 -4.90%, 강남구 -2.90%, 서초구 -1.45% 순으로 컸다.

현지에서 체감되는 침체 분위기는 이보다 심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집주인들이 내놓는 급매들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급매물 가격은 가격이 높았던 작년 대비 21평 아파트가 5억 원, 10평대 아파트가 3억 원가량 낮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도봉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연초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매매가격이 2억 원가량 내렸는데, 노도강(노원‧도봉‧강북)처럼 소형 평수가 많아 기존 아파트 가격이 비교적 높지 않은 지역은 같은 금액이 떨어져도 강남권보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 역시 "최근 들어 직전 거래보다 1~2억 원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서 매수 문의가 늘었다"며 "층수나 동에 따라 같은 단지에서도 기존에 고평가됐던 매물들의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7억6500만 원에 고점을 찍은 노원구 하계동 '극동건영벽산' 전용면적 57㎡은 올해 9월 1억6000만 원 하락한 6억500만 원에 팔렸다.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전용면적 49㎡의 경우 지난해 11월 7억22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초 6억 원 대로 가격이 내리더니 이달 6일에는 4억8750만 원에 손바뀜됐다. 고점 대비 2억3000만 원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반등 시기는 정부의 고금리 기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팩트 DB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월보다 6.27% 하락했다. 인천 아파트 가격이 8.34% 떨어지며 수도권 전체 하락을 이끌었고 경기도 역시 6.57% 내렸다. 특히 수원 영통구와 인천 연수구는 아파트 가격이 11개월동안 각각 11.74%, 11.05% 떨어져 수도권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외에 의왕(-10.52%)‧시흥(-10.11%)‧광명(-10.45%)‧화성시(-10.29%)가 10%대 하락세를 보였다.

낙폭이 큰 지역의 아파트 사례를 보면 일부 단지에선 매매가격이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수원 영통구 황골마을주공1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11월 6억 원에 신고가를 썼지만 지난달 3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노원과 도봉구 등 지난해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수요로 가격이 올랐던 지역들이 올해 들어서는 하락하는 분위기"라며 "연수구는 그간 인천 가격을 견인했던 송도에서 하락거래가 나오면서, 수원 영통은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방권 아파트 가격은 3.52% 떨어졌다. 대구 달서구가 11.38%, 세종시가 11.11%로 지방에서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락 흐름 속에서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 지역도 있다. 경기도 이천시는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이 5.15% 올랐다. 이천시와 인접한 여주시(0.22%) 역시 소폭 상승했다. 전북 지역은 도단위로 지방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여 수석연구원은 "반대로 상승한 지역의 경우 산업단지 유치, 교통여건 개선 등 호재가 작용한 영향"이라며 "기존 아파트 가격이 비교적 낮고 전세가율이 높아 외지인 수요가 유입되기 쉬운 조건도 겹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시장이 회복에세 접어들겠지만, 매매가격 반등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택 거래를 저해했던 규제들이 완화되는 만큼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실거래를 유도하는 등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컸던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최종 기준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를지, 또 고금리 기조에 따른 수요 측면에서의 위축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중요하다" 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은 2003년 12월부터 매달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하고 있다. 3~5년을 단위로 기준월을 설정하고 주택가격 변동률을 산출한다. 기준월의 매매가격을 기준선 100으로, 지수가 기준선을 넘으면 주택가격이 해당 시점보다 올랐음을, 기준선 이하면 주택가격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변동률에 따라 주택가격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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