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지난해 제약업계 연말 인사에서 잇따라 오너 3세들의 승진이 이뤄진 데 이어 안국약품과 신신제약은 오너 2세로 지분 상속이 이뤄지면서 장남 승계가 마무리됐다. 제약사들의 오너경영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변화와 혁신으로 새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제약사 오너 3세 잇따라 승진…"새 시대 개막"
대원제약은 1일 백인환 경영 총괄 사장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마케팅본부장이었던 백 사장은 지난해 말 임원 정기 승진 인사에서 승진했다.
백인환 사장은 1984년생으로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손이며 2세인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 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친 백 사장은 최근까지 마케팅본부를 이끄는 등 회사의 경영 전반에 걸쳐 경험을 쌓았다.
대원제약은 "해외 시장 개척 성과는 물론 전문의약품(ETC) 외에도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성공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온 바 대원제약의 고속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백인환 사장은 마케팅본부장으로서 입사 당시 1개에 불과했던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10개 가까이 늘리는 등 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OTC 사업 진출 후 첫 야심작인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연매출 300억 원의 시장 선두권 제품으로 성장시키는 등 OTC 사업 영역을 개척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고 백부현 회장의 차남인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 백인영 이사도 승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989년생인 백인영 이사는 지난 미국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졸업하고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했다. 백인영 이사는 지난해 이사로 승진해 이번 정기임원인사에서는 제외됐지만 기존 OTC 마케팅, 신성장 업무에서 헬스케어사업부까지 맡게 되면서 업무범위가 확대됐다.
제일약품의 오너 3세인 한상철 부사장도 1월 1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로체스터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한 사장은 2006년 제일약품에 입사해 항암사업부와 마케팅, 경영기획실 등을 거쳐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 사장은 지주회사 제일파마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도 겸임하고 있어 사실상 승계자로 볼 수 있는데, 이번 승진으로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사장을 맡게 되면서 위치가 공고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상철 사장의 동생인 한상우 상무도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제일파마홀딩스 관계자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분야별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갖춘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안국약품·신신제약, 지분 승계로 2세 경영 본격화
안국약품과 신신제약은 지분 상속이 이뤄지면서 장남 승계가 마무리됐다.
안국약품은 지난달 26일 어진 전 부회장이 19~20일 고 어준선 명예회장으로부터 안국약품 주식 267만7812주(20.53%)를 상속받았다고 공시했다.
어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 별세했는데, 보유 지분 20.53%가 모두 장남 어 전 부회장에게 상속되면서 어 전 부회장의 안국약품 지분율은 22.68%에서 43.22%로 높아졌다. 차남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상속 받지 못해 지분율 3.8%가 유지됐다.
어 전 부회장은 오는 27일 사내이사로도 복귀한다. 어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안국약품은 원덕권 대표이사 선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다만 어 전 부회장이 불법 임상시험 혐의와 불법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고,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사내이사 복귀 후에도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신신제약도 고 이영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병기 대표가 최대주주에 올라서며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
이 사장은 이 명예회장의 신신제약 주식 400만2090주 중 344만8090주(상속 대상 주식의 86.2%)를 상속받아 지분율 26.36%를 기록하며 지난달 19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명예회장의 나머지 주식 55만4000주는 차녀와 삼녀에게 돌아갔다. 지분 12.6%를 보유 중인 맞사위 김한기 전 회장은 추가 상속을 받지 않았다.
신신제약은 이번 상속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지분손실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이 원활한 가업 승계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제도다. 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 조건은 4000억 원 미만으로, 신신제약은 2021년 연매출 740억 원을 기록해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받게 됐다.
이 외에도 보령, 유유제약, 일동제약, 삼일제약, 한독 등이 3세를 내세워 오너 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