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줄고, 이자 눈덩이'…韓기업 기초체력 '바닥'


부채비중,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늘어
국내 상장 기업 몸집 커졌지만, 내실 부실

국내 상장 기업들이 매출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부채비율을 비롯한 안전성 지표 대부분 전년 대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 한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상장 기업들이 몸집은 커졌지만, 성장 속도와 활동성이 둔화하고 부채 비중이 전보다 훨씬 늘어나는 등 정작 내실은 부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와 1612개 상장사(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상황을 각각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 상장사 '빚'으로 쌓은 총자산 2.8%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기업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0% 늘어났다. 코로나 안정세에 접어든 지난해(14.0%)에 이어 매출성장세는 유지됐다. 반면,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증가율이 0.5%p 상승했으나, 올해는 2.3%p 감소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7.8%, 중견기업이 23.4%, 중소기업이 10.2% 증가했지만, 지난분기 대비 대기업 2.8%p, 중견기업 0.6%p, 중소기업 2.0%p가 각각 줄었다.

총자산은 전 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나 '빚으로 쌓아 올린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분석 대상기업의 합산 총자산은 39조 원이 증가한 반면, 총부채는 40조 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

분석 대상기업의 3분기 합산 총자산은 2분기 대비 39조 원이 증가한 반면, 총부채는 40조 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 /대한상의 제공

◆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껑충'

지난해 3분기까지 53.5%를 기록한 영업이익 증감률은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특히 대기업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기업은 58.3%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3.1%, 4.0% 증가했지만, 지난해의 성장률에 크게 못 미쳤다.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도 뒷걸음질 쳤다. 3분기 누적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전년동기대비 1.7%p 줄었다. 이는 전분기와 비교해도 1.0%p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당기순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5.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보다 1.5%p 줄었다.

반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22.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기업의 3분기 발생 이자 비용은 총 3조5000억 원으로, 1분기(2조6000억 원)와 2분기(3조 원) 발생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매 분기 4~5000억 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은 10.6배에서 8.0배로 급락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 대부분 전년 대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제공

◆ 안전성 지표 일제히 하락…기업활력 '초비상'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악화했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의 부채비율(74.2%)과 차입금의존도(18.9%)보다 증가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기업부채의 크기를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코로나 발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본)도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3%p 떨어진 55.1%를 기록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각종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이를 극복할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점을 더 큰 문제로 진단했다. 실제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급격히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10.7회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속도가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형국"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들은 앞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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