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명단 못 오른 이호진 태광 총수…'12조 투자' 추진력 잃을까


10년간 12조 원 투자, 7000명 신규 채용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태광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회장이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운데 태광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서 오너의 역할이 중요한데 경영권을 회복하지 못한 이호진 전 회장이 그룹의 중요한 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23일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포함했지만 재계 인사들은 사면 명단에 넣지 않았다.

앞서 연말 사면 대상자로 이호진 전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거론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외면했다.

특별사면 논의를 앞둔 지난 19일 태광그룹은 향후 10년간 제조·금융·서비스 부문에 약 12조 원을 투자하고, 7000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태광산업이 이끄는 제조 부문에서는 석유화학과 섬유에 총 10조 원을 투자하고, 흥국생명·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의 신규사업과 계열사 통합 DB관리 센터 신규 구축 등에 약 2조 원을 투자한다. 또 청년 일자리 제공을 위해 전 계열사에 걸쳐 약 7000명 규모의 인원을 신규 채용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주력사업 강화, 기술 혁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정체됐던 그룹 재도약은 물론 관련 산업 및 지역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호진 전 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 계획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그는 특정경제범죄법상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은 각각 29.48%, 56.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향후 10년간 제조·금융·서비스 부문에 약 12조 원을 투자하고, 7000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태광산업 본사 전경. /더팩트 DB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그룹 방향성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나오기 어렵다"며 "강력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공시 내용조차 부실해 총수의 사면복권을 위한 공수표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했다.

태광그룹의 투자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태광산업의 주식 5.8%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태광그룹의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면서도 "10조 원이라는 중대한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재원조달 계획, 시행시점과 투자방식, 기대효과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금번 투자계획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은 태광그룹이 내달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오는 29일까지 공시를 통해 설명회 개최 여부를 결정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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