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매입을 본격화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의 승진으로 분리 독립 조짐이 나타나자 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대거 매입,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감독원과 재계 등에 따르면 영풍의 계열사인 테라닉스,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 등은 8월 말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총 11만여 주를 매입했다. 이들이 장내매수한 주식 수량을 15일 종가(59만1000원) 환산시 670억 원 규모다.
영풍 계열사의 고려아연 주식 매입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 속한 계열사로 황해도 출신의 고 장병희, 고 최기호 두 창업주가 공동으로 1949년 영풍기업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은 장 창업주 측이, 1974년 영풍의 계열로 설립돼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고려아연은 최 창업주 측이 경영을 맡았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 26.11%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회장도 고려아연 지분을 3.63% 들고 있어 개인으로는 최대주주다. 최창걸 명예회장(0.13%), 최윤범 회장(1.72%) 등 최씨 일가 측이 보유한 지분은 14%가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에서는 잇따른 지분 매입으로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31.96%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27.90%(추정치)로, 장 씨 일가와 격차는 약 4.06% 수준이다. 올해 초 장 씨 일가가 10% 이상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분경쟁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격차는 좁혀졌다.
업계는 회장으로 승진한 고려아연 오너가 3세인 최윤범 대표이사 부회장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씨 일가에서 경영하는 고려아연이 LG화학, 한화 등과 손잡은 것도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2576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해 파트너십을 강화했고, 한화와도 자사주를 맞교환을 진행했다.
연말까지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두 집안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말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때문에, 그 전에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내년 주주총회때 힘을 얻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3월 주총때 계열 분리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두 집안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 온다면 등기이사 후보를 추천 과정에서 표 대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분경쟁이 본격화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모두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고 있지만 70년 가까이 이어진 유대관계를 깨는 상황이 오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지분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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