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하며 증권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증권사 27곳의 우발채무 규모는 45조1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40억6161억 원) 대비 약 11.09% 증가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61.2%로, 전년(58.4%)보다 2.8%포인트 늘었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불확실한 미래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우발손실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부채를 일컫는다. 통상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증가하면 우발채무도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내년도 부동산 PF의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냉각에 따른 증권사 유동성 위기설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침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PF 부서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나선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증권사 IB 부문 관계자는 "IB 부문 직원들은 증권사 실적을 견인하며 소위 '에이스'로 불렸다. 회사를 자의로 골라 간다는 게 당연시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계약 불발을 우려하며 마음을 졸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PF ABCP 매입 등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시장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3년 초에도 다수의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자금조달 어려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는 유동성 및 재무안정성 개선을 위한 자구안이 시행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물량이 내년 2월까지 몰려있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상환 및 차환 우려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도 부동산이 죽어나는데 지방은 오죽하겠는가. 올해 들어 지방에서는 계약을 마친 사람들에게 계약금의 2배정도로 위약금을 물며 시공과 분양을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PF 대출 금리가 10%를 넘어서고 공사비도 급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도 상당시일 피해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PF 사업장 현황을 살피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50조원+α'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불안이 다소간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단기자금시장 중심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견해다. 특히 당국은 PF ABCP는 기초자산까지 들여다보며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재 돈가뭄에 내몰린 증권사들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발행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증권사가 원리금 지급을 책임져야 하고 심지어 금리도 높지만 회사채나 기업어음에 비해선 그나마 이를 통한 자금조달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1조1644억 원이던 ELB 발행액이 11월에는 3조394억 원으로 뛰었다. 올해 10~11월 DLB 또 올해 같은 기간에 4조128억 원이나 발행됐다. 키움증권의 경우 최근 4주 연속 특판 ELB를 내놓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키움증권은 14~15일에도 연 6.4% 특판 ELB 판매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