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8월 광복절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을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건의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점쳐지는데, 경제단체들은 앞선 사례와 같이 사면 건의를 공식화하진 않고 물밑에서 관련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6개 경제단체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대통령 특별사면을 앞두고 기업인들을 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해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단체들은 서로 협의해 사면 대상 기업인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만 두 차례 있었다. 먼저 지난 4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경제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후 주요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이 현실화되지 않자 지난 8월 광복절을 앞두고 다시 특별사면 대상 기업인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단체장들의 지원 사격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 때마다 "세계 시장에서 더욱 활발히 뛸 수 있도록 기업 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의 사면을 적극 검토해주셨으면 한다"고 거듭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금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라며 "기업인들이 복귀하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8월 12일 시행된 윤석열 대통령 첫 특별사면에서 이재용 회장이 복권됐고, 신동빈 회장과 함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사면됐다.
이번 건의 대상자 규모는 광복절 특별사면 때와 비슷한 60~7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제단체들은 이전처럼 대상자를 언급하며 청원 취지를 설명하는 등 특별사면 건의를 공식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물밑 건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건 재계 의견은 전달하되, 대통령 권한인 사면의 심사 과정에 자칫 관여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별사면을 건의하는 것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건의가 이뤄지더라도 관련 내용을 외부로 알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건의 대상자에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로 이중근 회장을 꼽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 원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했고 형기는 지난 3월 만료됐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취업제한 규제에 막혀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영에 복귀한다면 그룹 경영 참여와 함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취업제한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에 복귀하려 했지만, 2020년 법무부가 취업제한 조항을 근거로 박찬구 회장의 취업 승인을 거부해 경영 복귀가 불발됐다. 취업제한 족쇄가 풀리면 과거부터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미래 사업과 관련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된 뒤 지난 3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이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기업인 사면이 이뤄진다면 취업제한으로 발이 묶인 기업인 위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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