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각종 세법 개정안이 국회 표류 중인 가운데 경제계 안팎에서는 국회가 서둘러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법인세법 개정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한 만큼 여야가 합치를 이뤄 기업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1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국회가 초당적 협력으로 내년도 예상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예산안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국제적 조세 경쟁을 고려, 현재 4단계의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같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주요 경제단체가 법인세법 개정안이 필요한 이유로 꼽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투자·고용 확대 등 경제 선순환 효과 기대 등과 맥을 같이 한다.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가진 비공개 만찬에서도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경제계 의견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새 경제 정책 방향을 '정부 주도 성장'이 아닌 '민간·기업·시장 주도 성장'으로 제시한 이후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회동한 경제5단체와 전국경제인연합화(전경련)까지, 이들 단체는 정기국회 기간에만 두 차례에 걸쳐 법인세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지난 11일 세 번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심지어 내후년까지도 저성장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한 제도상 모멘텀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중요한 책무"라며 "지금 경제위기와 대전환기에 놓여 있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투자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회 임시회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각종 지표도 정부와 경제계가 강조하는 '경제 활력' 효과에 힘을 싣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10년간 미국과 한국 기업의 법인세 과세 전후 순이익을 비교해본 결과 2012∼2017년 미국과 한국 기업의 세후 이익 감소율 차이는 평균 7.3%p였으나 법인세율 변동이 있었던 2018~2021년에는 평균 14.5%p로 약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침체하면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경연은 특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2.5%, IMF 기준)을 하회하면, 우리 경제의 생산설비와 노동력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 투자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최근 10여 년 동안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 국가(G%) 법인세율이 평균 7.2%p 하락한 사이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을 3.3%p 인상했다고 부연하면서, 법인세 인하가 투자·고용 확대 등 경제 선순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명대 황상현 교수의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연구결과에서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1%p 인하할 경우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이 5.7%p 늘어나고, 고용은 3.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 감세와 노동개혁 등 지난 정부 때부터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쉼 없이 요청한 사안 등은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이어가고 있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이제라도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여야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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