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기 예·적금 규모가 한 달 새 45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말 이후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에서는 약 16조 원의 자금이 빠지면서 감소 폭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10월 광의통화(M2) 평잔(계절조정계열 기준)은 3757조9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13조8000억 원(0.4%)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월(1000억 원) 대비 크게 늘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상품별로는 정기 예·적금이 전달 대비 45조9000억 원 증가한 1500조 원에 달했다.
정기 예·적금 증가 폭은 2001년 12월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인 지난 8월의 34조1000억 원보다 11조8000억 원 이상 많다. 금리 상승에 따른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737조 원으로 전월보다 16조1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 9월(-11조7000억 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요구불예금과 MMF도 각각 8조7000억 원, 13조1000억 원씩 줄면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기 예·적금으로 몰려든 주체는 주로 주식 등 종전의 투자처를 잃은 기업·가계였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가 7조5000억 원 늘었다. 시장금리 상승, 안전자산 선호 등이 겹치면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정기 예·적금으로 몰린 영향이 컸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기업의 M2 역시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9조2000억 원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의 경우 금전신탁, MMF 등을 중심으로 13조8000억 원 감소했다.
6연속 금리 인상의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평잔·원계열) M2 증가율은 이미 정점을 찍고 둔화 흐름으로 접어들었다. 10월 M2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5.9%로 전월(6.6%)보다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M2 증가율은 올해 4월을 기점으로 10% 밑으로 떨어진 뒤로 매월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단기자금 지표인 협의통화(M1)는 1294조7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9%(24조8000억 원) 줄었다. 결제성 예금이 감소한 영향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5% 감소하면서 지난 9월의 감소폭(-0.4%)보다 확대됐다.
M1은 현금이나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만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의 통화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