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다" 한국타이어 '게릴라 파업' 장기화 공포


임금 추가 인상 요구하며 5개월째 파업
예고 없는 파업에 500억 원 손실 추정
입장차 좁히지 못해 갈등 장기화 가능성

한국타이어가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게릴라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소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타이어지회의 '게릴라 파업'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문제는 사측과 노조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5개월간 이어진 파업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백억 원에 달하는 국내 공장 손실액과 관련해 사측은 노조의 '게릴라 파업'을, 노조측은 회사의 경영상 문제를 지적하는 등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 한국타이어 노조, 7월부터 '게릴라 파업'

12일 한국타이어와 노조에 따르면 이달 예정된 파업은 지난 7일 이후 일시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게릴라 파업'에 사측을 둘러싼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장 출하량이 40~50%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불확실성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의 '한국타이어 노조'와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2개의 복수 노조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한국타이어 노조와 기본급 5.0%, 생산격려금 100만 원 등의 내용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반면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앞서 한국타이어 노조 합의안에 더해 기본급 0.6% 추가 인상과 보너스 200만 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지난 7월부터 '게릴라 파업'을 벌이고 있다.

'게릴라 파업'은 하루 1~8시간씩 시간과 인원이 정해지지 않은 부분 파업을 말한다. 갑작스러운 인원 공백으로 생산율 저하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생산직 절반 정도인 2000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파업으로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고, 5개월 동안 500억 원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타이어의 국내 공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내년 1월, 투쟁과 관련한 논의 후 파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 500억 손실…책임 떠넘기며 갈등 최고조

문제는 '게릴라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교섭과 관련한 일정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사측과 노조측의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게릴라 파업' 장기화 시 공장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노조는 일단 올해 추가 파업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투쟁과 관련한 논의 후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이 역시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릴라 파업'이라는 특성상 노조가 언제 다시 파업에 나설지 예측할 수 없다.

회사측은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와 같이 임단협 기간에 갑자기 파업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통상적으론 노조가 결렬 선언 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을 공지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고 예고 없이 게릴라성으로 파업이 이뤄지니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측과 노조측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수백억 원의 손실액과 관련해서도 책임 공방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조측은 '5개월 500억 원 손실'에 대해 "손실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언론 플레이"라며 "국내 공장의 적자는 조현범 회장의 부당 이득, 고가 타이어 해외 생산 집중 등 경영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타이어측은 "제조업 특성상 파업으로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지속 거론되는 '공장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드러내며 대립하고 있다. 노조측은 "막대한 피해와 장기적 전망에 불확실성이 있어야 하는 직장 폐쇄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투쟁하고 있더라도 조합원 50%는 계속 일하고 있다.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지만, 재고가 많아 판매에는 타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고, 한국타이어측은 "최소한의 인력과 시간으로 피해를 극대화하는 '게릴라 파업' 방법을 택한 노조가 '공장에 큰 문제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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