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원자재 가격 인상과 출고 적체,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신차와 중고차 값이 모두 오르는 '카플레이션' 현상이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주요 국산·수입차 모델의 12월 시세는 전월대비 평균 7.1%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 헤이딜러의 분석 자료를 보면 현대자동차(현대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더 프라임의 가격은 전월대비 4.6% 줄었고, 그랜저(IG)와 아반떼(AD)는 각각 7.8%, -3.6%씩 가격이 떨어졌다. 제네시스 G80 역시 같은 기간 시세가 8.8% 내렸다.
이외에도 기아 중형 SUV 더 뉴 쏘렌토는 7.2% 올 뉴 K7 8.4%, 더 뉴 K3는 8.3% 하락했고, 쉐보레 올 뉴 말리부와 르노코리아자동차(르노코리아) QM6는 각각 6.5%, 9%씩 가격이 내렸다.
수입차의 경우 BMW 5시리즈가 9.3%, 벤츠 E클래스 7.6%, 아우디 A6가 9.3%의 감소율을 보였다.
중고차 가격 하락은 코로나19 펜데믹 종료 이후 긴축정책으로 인해 고금리 시장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4~8% 수준이던 중고차 할부 금리는 최근 두 배 수준인 10~13%대 까지 상승했다.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연말 연식변경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차 몸값을 올린 요인으로 꼽힌 신차의 '출고 적체'도 조금씩 완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점진적인 반도체 수급 완화와 일부 사전 계약 고객들의 계약 취소 여파로 주요 모델의 출고 대기 기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 보면 현대차 아반떼 1.6 가솔린의 예상 출고 대기 기간은 지난달 계약 기준 10개월에서 이달 9개월로 줄었고,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24개월에서 이달 20개월로 단축됐다.
수입차 브랜드의 할인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BMW는 인기 차종인 5시리즈를 1000만 원 안팎으로 할인하고 있으며, 아우디 역시 중형 세단 A6를 800만~1000만 원 할인 판매하고 있다. 벤츠도 대형 전기 세단 EQS를 900만 원 가량 할인하고 있다.
쉐보레도 차종별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최대 400만 원, 타호와 콜로라도는 각각 300만 원과 200만 원 할인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르노코리아는 지난달까지 전 차종 할부 상품 금리를 36개월 기준 4.9%까지 낮추는 행사를 진행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고금리와 경기침체 추세가 지속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완성차 업체에서도 할인 정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차량 출고 대기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신차 가격은 현행 수준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가격 하락과 업체들의 경쟁적인 할인이 이어진다면, 차값이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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