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온통 투쟁의 장…경기침체는 국민 몫?


내년 경제 성장률 1%대 전망…경제지표 곳곳서 '적색경보'
철강·석유화학 업종 운송거부, 출하차질만 '2.6조 원' 규모

화물연대 파업으로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멈춰선 화물차가 늘어서 있고,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나라 곳곳이 온통 투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권은 말 그대로 쉼 없는 완력 다툼에 정신이 팔려 있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우리가 멈추면 나라가 멈춘다'는 구호를 외치며 보름이 넘도록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고성과 폭언, 급기야 '쇠구슬 테러'와 같은 폭력으로 나라가 멍드는 사이 내년 경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JP모건 등 글로벌 9개 투자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1%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1.7%와 비교해도 0.6p 낮은 수치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 전문가 간담회'에서 경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할 경우 성장률이 1%대에서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 수주인 48.0%가 "내년도 투자 계획이 없다'(10.0%)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38.0%)고 답했다고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25년 만에 '8개월(4~11월) 연속 무역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대기업의 절반이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전망이 결코 기우로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화물연대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겠다며 오는 14일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투쟁에 열을 올리는 화물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조차 가장 중요한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심사는 뒷전으로 미루고 여야 기 싸움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적색경보 수준인 경제지표도, 법인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 등 국회의 역할을 촉구하는 경제계의 읍소도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멍게는 유충일 때 뇌가 있어서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한 곳에 자리 잡고 나면 스스로 뇌를 먹어버린다고 한다. 더는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를 피해 움직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목소리만 높이는 집단을 보고 있자니 바위 틈에 자리를 튼 멍게가 떠오른다. 약 42만 명의 화물노동자 가운데 단 6%(2만5000명)로 구성된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선거철마다 '나라의 일꾼'이 되겠다고 목청 높이는 국회의원들도 성토의 내용만 다를 뿐 매한가지다. 조합과 정당이라는 바위에 터를 잡으면 남은 일은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전부인 듯하다.

화물연대는 9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총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 전날 오후 늦게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내린 결정인데, 파업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화물연대는 파업을 멈추고 현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권도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협력하는 원팀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 우리에게 새해를 준비할 시간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집단이 가진 권력은 결코 국민과 나라를 겨누는 무기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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