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GS그룹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가운데 메디트 인수를 끝내 포기했다. 그간 인수합병 시장에서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인 GS가 이번 인수전에서도 중도 하차하게 되면서 그 배경과 향후 바이오 사업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을 포함한 컨소시엄은 메디트의 지분 취득과 관련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지난달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되며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앞서 GS는 미국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메디트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GS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칼라일이 재무적 투자자(FI)로 메디트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당시 인수금액은 3조 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메디트는 치과용 3D 구강 스캐너 개발업체로,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2019년 국내 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이 약 3200억 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뒤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구강 스캐너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3위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GS는 메디트의 매출 성장세와 지속 확대되고 있는 3D 구강 스캐너 시장 규모에 착안해 인수를 추진했다.
메디트의 매출은 지난 2020년 831억 원에서 지난해 1095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1억 원에서 1032억 원으로 증가했다.
3D 구강 스캐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장조사기관 비즈윗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구강 스캐너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1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메디트의 10월 실적이 당초 제시한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이 계약 직전 공개되면서 GS가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메디트는 매각 과정에서 10월 실적 목표치로 약 300억 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실적은 약 250억 원에 중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예상 매출도 목표치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트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8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60%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양측은 가격을 놓고 재협상을 했으나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GS는 최근 10년 사이 무려 7차례나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했다.
GS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다 입찰 직전 포기를 선언했으며 같은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중도에 하차했다. GS리테일은 2012년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이어 2012년 웅진코웨이 입찰에 실패했으며, 2015년 GS리테일이 KT렌탈 인수를 추진하다 고배를 마셨다. 2019년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자문단을 선정해 아니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다 공식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2020년에는 GS건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했다.
GS는 메디트 인수를 포기했지만 바이오 사업 확대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GS는 정유, 에너지, 유통 중심의 사업을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바이오 사업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GS는 지난해 말 미래사업팀에 바이오파트를 신설했으며 DB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자용 상무를 영입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회사인 바이오오케스트라에 60억 원을 투자했으며, 4월에는 싱가포르계 투자사인 CBC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1조5000억 원에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을 인수하고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직접 진출했다.
GS는 향후 다양한 국내·외 기업, 신약개발사 등 투자처를 발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GS가 그룹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보수적인 경영 문화로 결과물은 미미한 상황이다"라며 "바이오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GS가 다각도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가운데 성장성 높은 기업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메디트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에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선정됐으며 양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초 거래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MBK가 써낸 인수 가격은 GS 컨소시엄보다 낮은 2조 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