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7일 "법인세제상 우리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제출 법인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미국 법인세는 당초에 세율이 15~39%로 총 8개의 과표구간을 가진 복잡한 구조였지만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세금감면과 일자리법'을 통과시켜 세율을 21%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단일화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과표구간을 3개에서 4개로 늘렸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이 법인세제상 미국보다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됐다는 게 대한상의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에만 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세율 20%)도 추가 법인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하는 우리 조세정책 경쟁력은 63개국 가운데 2017년 15위에서 올해 26위로 11단계 하락했다. 법인세 세율 경쟁력은 같은 기간 27위에서 39위로 12단계 하락했다.
국제기구 역시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가 과표구간 단일화 등으로 법인세 왜곡을 없애 효율성을 제고할 것을 주문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기 하방 요인으로 2018년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감소를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양국 기업의 법인세 과세 전후 순이익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 기업의 세후 이익 감소율이 미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격차는 법인세율 변동이 있었던 2018년 이후 크게 벌어졌다. 2012∼2017년 미국과 한국 기업의 세후 이익 감소율 차이는 평균 7.3%p였으나 2018∼2021년에는 평균 14.5%p로 약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2018∼2021년 동안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을 비교해보면, 미국 기업의 연평균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8.9%였지만, 한국 기업의 연평균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4.9%로 집계됐다. 동일한 기간동안 매출액 대비 세후순이익률은 미국 기업은 7.9%, 한국 기업은 3.6%다. 미국 기업은 1.0%p 낮아졌지만, 한국 기업은 1.3%p로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해외투자 소득의 국내 이전도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이전에는 한국→미국 직접투자가 연평균 89억6300만 달러 수준에서 2018년 이후에는 연평균 175억1400만 달러로 95.4% 급증했다. 우리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린 것은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 내 투자를 늘려 소득이 증가하고 유보이익이 늘어난다면 국내 모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여력이 늘어난다. 하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우리나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이중과세 문제가 있어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는 데 제약이 발생한다.
미국은 2018년 영토주의 과세체계를 채택해 현지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외 소득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한 이후 일정부분 세액공제를 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금액에 한도가 있어 공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중과세가 발생한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법인세법 개정안에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는 해외 자회사의 요건을 완화하고, 해외 자회사 배당금을 익금불산입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법인세가 미국보다 불리한 것은 기업들은 잘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 집행과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