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가 한남동 일대에서 벌이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가 주민들의 소음, 폭언 피해에 이어 초상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소음에 항의하는 지역 주민을 무단으로 촬영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등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5일 겅찰, 서울시 용산구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용산 한남동 일대에서 지난달 12일부터 국책사업 GTX-C 노선의 수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노선 변경 협의와 무관한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0~300명대의 시위 참가자들은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든 채 주택가를 행진하고, 시위 과정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과도한 소음을 유발면서 인근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 측은 시위를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로 송출하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얼굴과 차량번호 등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어 또 다른 피해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시위 참가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린 영상을 살펴보면, "너무 시끄럽다. 5시부터 이렇게 오시면 어떡하냐"고 말하며 항의하자, 시위 참가자들은 해당 시민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일반 시민의 얼굴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건설사 쪽이냐, 어디냐", "주민이라면 어디 사느냐?", "주민이 아니다"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은마_재건축_추진위원회'라는 유튜브 채널에 해당 라이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했으며, 이후 녹화본에서도 주민의 얼굴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타인의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방송하는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누구든 자신의 얼굴 또는 타인과 구별되는 신체적 특징에 대해 무단으로 촬영,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추진위 측은 시위 홍보를 위한 전단지에 특정 기업인의 개인정보인 자택 주소를 적시해 공개된 장소인 엘리베이터에 부착했고, 해당 전단지가 촬영돼 온라인 상에 노출되며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 일단 공개되면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고, 악의적 복제·이용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가 초상권 침해 피해 신고 및 삭제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지만 피해 당사자가 촬영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 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의 시위처럼 도로 등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의 얼굴이 영상에 노출됐다 해도 초상권 침해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면서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면 모자이크 처리 등 타인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위대를 찍는 시민의 행동은 초상권 침해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시위는 본질적으로 남에게 알리기 위한 행동으로 본인 동의 없이 시위참가자를 촬영하더라도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얼굴이 노출된 일반인의 경우 해당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관련 판례도 많다"면서 "다만 시위대를 찍는 행위의 경우 집회와 시위가 본질적으로 남에게 알리기 위한 행동임으로 본인 동의 없이 시위참가자를 촬영해 보도했더라도 초상권 침해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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