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연말을 맞아 금융권에서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사업자와 46개 비사업자 등 총 90개 금융사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운용·금리공시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통보하며 행정지도에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상승과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연말 자금유치를 위한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는 상품제공기관은 12월 금리결정시 상품제공에 따른 비용과 운용수익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등 퇴직연금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매년 12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가 집중돼 상품제공기관 간 자금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예기치 않은 자금유출에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줄 것도 당부했다.
특히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이 만기에 재예치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문제와 금융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종합적인 리스크를 고려해 운용하라고 지도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판매로 유입된 자금의 만기, 고위험 자산에 집중 투자 여부 등 운용 현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퇴직연금 판매 과정에서 다른 회사를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하는 등의 공정거래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 등을 언급하면서 "금융시장 특성상 쏠림이 생길 경우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며 "시장 기능에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과당경쟁 자제령과 함께 '커닝공시' 금지도 행정지도 공문에 담았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금융사들은 지난달 말에 12월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 이율을 동시에 공시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매달 운용상품 금리(이율)를 4영업일 전까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상품판매제공자에 해당하는 비사업자에게는 이같은 의무가 없다. 이에 비사업자가 사업자의 금리를 참고해 이보다 더 높은 금리로 고객을 빼앗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사업자 뿐만 아니라 비사업자도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매달 금리적용 개시일(매월 1일)의 4영업일 전에 금감원에 제출하고 그와 똑같은 내용으로 3영업일 전에 공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커닝공시 금지에도 퇴직연금의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나 머니무브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상품의 업권별 이율을 살펴보면 은행권은 평균 4%대 후반, 보험은 평균 5%대, 증권은 평균 6%대이며 일부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7~8%대를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