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6일째 이어지면서 정유와 철강업계 등 전방산업의 물류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으로 국민의 일상 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28일) 화물연대와의 1차 협상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유업계와 철강업계 등 산업계 전방산업에서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의 경우 27일 기준 2만2000톤의 제품을 출하했다. 이는 일평균 출하량(4만6000톤)의 절반 수준이다. 포스코의 경우 하루 기준 포항제철소 1만 톤, 광양제철소 1만7000톤으로 총 2만7000톤의 물량 출고가 지체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포항공장에서 하루 8000톤씩 생산된 철강제품이 지금까지 전량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아직 창고 적재를 진행하는 등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지만 장기화되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다.
철강사 관계자는 "그나마 아직 창고에 재고로 쌓아둘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봉형강 등 일부 제품들은 노상 적재도 가능해 여유가 있다"면서 "이는 결국 재고자산이기에 손실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결국 파업이 장기화되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철강사 관계자는 "현재 공로운송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라며 "제품 입출고 운송이 가능토록 협조를 지속 요청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과 GS칼텍스 등은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탱크로리 차량으로만 운송이 가능한데, 파업 여파로 제품 반출이 중단됐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 직영차량의 파업 동참으로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4대 정유사 탱크로리 운전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최근 70%를 넘었으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가입률이 90%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최근 가입했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과거 반복됐던 화물연대 파업을 경험하지 못한 채, 사실상 처음으로 물류 대란을 겪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들이 휘발유 품절 안내문을 내걸고 있으며, 이번 주말까지도 파업이 지속되면 품절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주유소별로 석유제품 재고가 부족한 경우, 긴급 배차를 지원하거나 우선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현업에서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정유업계가 사실상 화물연대 파업을 처음 겪고 있어 시행착오가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저유소에서 주유소로 기름을 한 번 수송할 때 최대한 많은 물량을 내보내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30일 진행될 정부와 화물연대 노조 간 2차 협상이 타결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되면 결국 매출 감소가 나타나게 된다"면서 "정부와 노조의 원만한 합의가 진행돼 물류가 정상화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화물연대 노조에 사실상 양보를 해오면서 파업을 푸는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면서 "화물연대가 강성노조임을 감안하면 파업이 오히려 장기화될 여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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