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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재근 기자]
◆ 18년 LG생건 성장 이끈 차석용 후계자…첫 女 CEO 이정애 '차석용 마법' 부릴까
-유통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18년 동안 LG생활건강을 국내 대표 생활뷰티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매직'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차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이번에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 부회장의 공백은 누가 메우게 됐나요?
-LG그룹은 지난 24일 'LG생활건강 2023 정기 임원인사'에서 LG생활건강 대표이사(CEO)에 이정애 음료 사업부장(사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0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차 부회장을 CEO에 선임한 지 18년 만인데요. 이정애 사장은 LG그룹의 여성 CEO 1호이자, 재계 5대 그룹 중 유력 계열사 첫 여성 전문경영인 수장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이번에 내정된 이정애 사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업계에서는 차 부회장의 후임으로 낙점된 이정애 사장이 앞으로 LG생건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정애 사장은 럭셔리화장품사업부를 비롯한 다양한 카테고리를 담당했다"면서 "앞으로 LG생활건강이 그동안 주력한 부문 외에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사 발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이 이 사장을 선임해 불확실한 LG생건의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조직 안정화를 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면서요?
-네. 이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 LG생건의 주요 3개 사업 부문을 모두 거친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인데요. 업계에서 '마케팅 통'으로 유명합니다. 1986년 입사 이후 생활용품부터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까지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능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특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차별화된 럭셔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 2016년 단일브랜드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2018년에는 연 매출 2조 원을 넘어섰죠. 음료 사업 부문에서도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내고 주요 타깃층에 특화된 마케팅을 펴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정애 사장이 LG그룹내 최초의 여성 CEO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남녀 구분을 떠나 이 사장은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해 후, 숨, 오휘 등 베스트셀러를 연달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라면서 "능력으로만 보더라도 18년 동안 '차석용 매직'을 써온 차 부회장의 뒤를 이을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검증된 인물로 불리는 만큼 이 사장이 어깨에 진 짐도 무거울 것 같은데요. 이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가요.
-그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실적 회복인데요. 특히 해외 사업에서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로 꼽힙니다. 중국의 봉쇄 정책이 장기화하면서 17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LG생건은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악화됐는데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조231억 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1조6450억 원, 영업이익은 52.6% 감소한 1756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1조8627억 원, 영업이익은 35.5% 감소한 216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3분기에도 매출 1조8703억 원, 영업이익 19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7%, 44.5% 감소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매출의 약 50%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뷰티업계는 코로나19로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 영업이 중단됐고 내수시장 소비가 침체한 영향으로 관련 사업에 부진을 겪고 있죠. 차 부회장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일본과 북미 시장 등 해외 영역을 늘리고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인수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올해 초 시작된 중국 봉쇄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 등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태인데요. 이 신임 사장만의 마케팅과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 '나 보기가 역겨워' 김소월 詩 넥타이 맨 이창용…'한국형 점도표' 시도도 눈길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인상한 것은 72년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죠.
-네, 금통위는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3.0%에서 0.25%포인트 올린 3.25%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단행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입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하락, 단기자금시장 경색, 가계 대출금리 부담 등을 이유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만큼 주목을 받은 게 또 있다고요?
-바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넥타이'입니다. 보통 붉은 계통의 넥타이는 금리 인상을, 푸른 계통은 금리 동결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이날 이 총재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구절이 적힌 회색빛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중략) 가시는 걸음걸음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중) 저도 참 좋아하는 시인데요. 이 총재가 특별히 '진달래꽃' 시가 적힌 넥타이를 맨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넥타이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 대출자들을 위로하는 문구냐'는 질문에는 이 총재는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왔는데 그 해석이 더 좋은 것 같다"면서 "금리가 올라 국민 고통이 심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은도 빨리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 시키고 싶다. 물가가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군요. 이날 금통위에서는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이 있었죠.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린 금통위 배경을 설명하면서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전망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최초로 공개했는데요.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위원들의 최종금리 기대 수준이 △3.50% 3명 △3.25% 1명 △3.50~3.75% 2명 등으로 정리됐다고 명시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석 달에 한 번 정례회의 이후 발표하는 '점도표'와 꼭 닮아 보이는군요. '한국형 점도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점도표만으로 본다면 "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된다"는 시장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해 보이네요.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