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을 예약한 직장인 남 모씨는 최근 영업사원으로부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출고가 더 늦어질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영업사원은 "8일 이후 2대 (생산)계획이 있는데 (순번이) 2번이라 12월 생산계획이 잡힐 것 같다"면서 "(화물연대) 파업이 그전에 끝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되면 부품 공급이 지연돼 생산 늦어질 수 있는데, 그 전에 파업이 끝나야 차량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남 씨는 "지난 2월에 GV70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품 공급 지연 등으로 9개월 가까이 기다렸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고가 또 늦어지게 되면 구매를 취소할 생각이다"면서 "최근 아우디 등 수입브랜드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견적까지 내놓은 상태인데, 더 늦어진다면 바로 갈아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차 출고 적체 현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장기화되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를 조립할 때 필요한 부품 공급이 지연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이는 다시 출고 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전날 전국 16곳에서 동시에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에 동참한 인원은 9600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약 2만2000명의 화물연대 조합원 중 43%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주요 화주·운송업체들이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해 미리 운송 조치를 한 만큼 아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물류 차질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실제 24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하루 8000톤의 물량을 출하하는데, 이날 물량을 전혀 내보내지 못했다.

자동차 강판과 더불어 차량 제조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 공급이 지연된다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또다시 신차 출고 지연으로 악순환이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신차 대기인원의 구매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 대기인원들이 신차 출고 지연이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높은 상태인데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차량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내 완성차 업체(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쌍용차)에서 제공하고 있는 장기할부(60~72개월) 프로그램의 평균 금리는 6.1%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년동기 평균 금리가 3%대 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가 오른 것이다.

여기에 수입차 브랜드들의 할인 공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분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BMW는 지난달 주력 세단인 5시리즈를 1000만 원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으며, 아우디도 A4, A6 등 주력 세단을 1400만~1600만 원 할인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현재까지는 부품공급과 생산 차질이 나타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부품공급이나 생산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면 "현재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