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연말 인사 LG부터 스타트…관전 포인트는?


LG그룹, 연말 사장단·임원 인사 시작
경영 불확실성 고려해 '안정'에 방점
이재용 삼성 회장 취임 후 첫 인사 '관심'

23일 LG그룹을 시작으로 5대 그룹이 연말 인사 시즌에 들어갔다. 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그룹 인사를 시작으로 재계 연말 인사 시즌이 막을 열었다. 대부분 기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해 변화를 최소화하는 '안정'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을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5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주요 계열사 사장단·임원 인사에 나섰다. 먼저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가 전날(23일) 인사안을 확정했다. ㈜LG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아직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경영진 교체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등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그룹은 이미 지난해 구광모 회장 취임(201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승진 179명) 인사를 단행했고,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경영진의 변화를 가져간 상태다.

실제로 인사안이 공개된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에서 경영진 교체는 없었다. LG화학은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 부사장의 사장 승진 등 21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하면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유임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3분기까지 1조2093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을 유임하며 경영 안정화와 점진적 실적 개선에 나서도록 했다.

이러한 선택은 수년간 이어진 체질 개선 끝에 이미 구광모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은 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만큼 안정된 경영 환경을 유지하면서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하는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젊은 리더에게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 준비와 변화에 속도를 내려는 시도다. LG는 지난해 상무 승진 132명 가운데 82명(62%)을 40대 젊은 임원으로 채우기도 했다.

관전 포인트는 2005년부터 18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며 매년 실적을 경신해온 차석용 부회장의 연임 여부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의 여파로 올해 세 분기 연속 실적이 악화된 것이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인 만큼 주요 경영진 변화 폭이 얼마나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다른 기업들도 LG그룹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보단 '안정 속 혁신'을 추구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경영진의 변화를 최소화하며 신뢰를 보내는 동시에 성과를 중심으로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2일 구자은 회장 취임 이후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한 LS그룹도 계열사 CEO 대부분을 유임시킨 뒤 미래 사업과 관련한 인재 발탁에 집중했다.

현재 재계 연말 인사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먼저 현 대표이사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투톱 체제가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 가전 사업을 이끌던 이재승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후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용 회장이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능력 있는 젊은 리더들이 대거 전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를 부활하는 조직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정기 인사를 발표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올해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2020년) 이후 세대교체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사례만 보더라도 203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이에 올해는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인사안을 예년보다 빠른 다음 달 초 확정하는 등 내년도 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관전 포인트로는 '부회장직 부활' 여부가 꼽히고 있다.

SK그룹은 다음 달 초 계열사별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핵심 경영진은 대부분 유임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인사 폭도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수년간 그룹 경영 책임자를 교체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시도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정통 롯데맨'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 체계를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 올해는 체제 정비에 주력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의 역할 확대가 재계 안팎의 최대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공통으로 성과주의를 반영해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안정 기조 속에서 주요 경영진이 얼마나 바뀔지가 올해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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