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당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환율 하락, 단기자금시장 경색, 가계 대출금리 부담 등이 겹치면서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달까지 5회 연속(4·5·7·8·10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특히 7월과 지난달에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9.21으로 전년 동기 보다 5.7%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떨어졌다가 다시 5.7%로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은 점도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 연준의 금리 상단은 4.0%로, 우리보다 1%포인트 높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다만 당초 '빅스텝' 시각이 우세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0.25%포인트만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여전히 큰 가운데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한은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9월 잔액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78.5%, 기업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72.7%를 기록했다.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은 채권시장에서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유동성 문제가 계속되는 점도 베이비스텝 전망에 힘을 싣는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베이비 스텝'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빅스텝 결정 당시 금통위원 2명(주상영·신성환)은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이유로 '베이비 스텝'에 표를 던졌다.
또한 서영경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책포럼장에서 "환율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선 긴축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돼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긴축기조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지금은 대내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24%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 조절로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달 빅스텝의 주요 근거였던 환율이 최근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데다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경색 상황이 풀리지 않아 한은은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단기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워낙 많아 선진국 대비 속도조절 필요성이 커진 데다 폭증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붕괴 등 부작용이 우려돼 금리인상 폭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