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차)가 작심하고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신형 그랜저가 화려한 데뷔무대를 마쳤다. 신형 그랜저가 모델에 따라 기존 대비 300만 원에서 최대 600만 원이 넘는 가격 인상 폭을 보인 가운데 내년 풀체인지를 앞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가격표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싼타페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신차에 관한 정보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수개월 전부터 유튜브 채널과 각종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장막으로 가려진 신형 싼타페의 주행 모습과 일부 인테리어가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뉴욕맘모스와 하이테크로 등 실차와 거의 비슷한 예상도로 정평이 나 있는 자동차 예상도 디자이너들도 신형 싼타페의 예상 디자인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신형 싼타페의 디자인에 이어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은 신차의 가격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신형 그랜저의 판매가격이 공개되면서 풀체인지 싼타페 하이브리드(HEV) 모델에 매겨질 가격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공개한 신형 그랜저의 가격을 살펴보면, 기존 모델(IG)과 비교해 가솔린 모델은 300만 원가량 올랐다. 부분변경 모델이 아니라 풀체인지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지만, HEV 모델의 경우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신형 그랜저 HEV 모델의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프리미엄 4376만 원 △익스클루시브 4862만 원 △캘리그래피 5264만 원이다. 이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프리미엄 트림은 589만 원, 나머지 상위 두 개 트림은 각각 658만 원씩 인상된 수치다.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의 경우 각종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무려 5844만 원으로 오른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모델로 꼽히는 기아의 K8 HEV(3738만~4415만 원)와 비교해도 같은 파워트레인 구성임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업계에서는 더 커진 차체와 상위모델을 넘어서는 각종 편의사양과 최신 기술,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상징성, 여기에 부품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인상 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책정한 신형 그랜저의 가격은 시장의 반감을 살 만큼의 인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경쟁 모델로 평가받는 기아의 K8과 비교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최근 반년 사이 자동차 부품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같은 선상에 놓고 가성비를 평가하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성차 제조사 측에서도 글로벌 업체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신차 가격을 올리면 올릴수록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품 가격 인상과 같은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형 그랜저의 몸값이 정해지면서 '국산 중형 SUV 5000만 원 시대'를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브리드 기준 싼타페(사륜구동)가 그간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내년 풀체인지 모델의 가격도 이번 신형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싼타페 HEV AWD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3908만 원에서 4653만 원으로 IG 그랜저 HEV(3787만~4606만 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풀체인지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와 차량 개발에 들이는 투자 비용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단순히 디자인 일부와 편의사양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까지 한 단계 더 진화한 차량을 시장에 내놓는 만큼 전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신형 싼타페 역시 이번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 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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