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가 최근 석유에 의존해온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네옴시티' 건설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사업 수주를 위한 협력관계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석유에 의존하던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km² 면적에 미래도시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한화 약 669조 원(5000억 달러) 규모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사업과 관련해 투자·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네옴시티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터널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해당 철도는 네옴시티의 친환경 500m 높이 직선도시 ‘더 라인’을 연결하는 것이다. 양사가 짓는 터널로 지하철, 고속철도, 화물운반용 철도가 지나가고 상부에는 도시가 들어선다.
빈살만 왕세자가 실상 이끌고 있는 국내 석유사업도 따냈다. 현대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은 전날 에쓰오일이 발주한 ‘샤힌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로 선정됐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일대에 에틸렌, 폴리에틸렌(PE)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대컨소시엄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에틸렌을 활용해 폴리에틸렌(PE)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건설에 참여한다. 롯데건설은 이와 더불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저장하는 탱크설비 21기를 짓는다.
사우디가 다양한 사업의 발주를 앞둔 가운데 협력관계가 구축되며 이미 계약이 이뤄진 사업의 연속선장에 있는 신규 수주도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모듈러 공법은 건축물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방식으로 빠른 완공이 가능하다. 더 라인이 오는 2030년 내 완공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공정 추진이 가능한 모듈러 사업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이 사우디 건설사 알파나르와 가스와 석유화학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두산에너빌리티는 알파나르와 사우디 최초의 주조·단조 공장 설립을 위한 철골·토목 등 건축 분야 협력을 위한 추진 합의서를 체결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그간 높은 수주실적을 쌓으며 견고한 입지를 다져 왔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사우디에서 총 169건, 사업비 231억9006만 달러(31조770억 원)에 달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삼성물산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한 '리야드 메트로'(2024년 4월 준공 예정) 시공을 비롯해 세계 최대규모 단링 복합화력 발전소 '쿠라야 복합발전(3927MW)' 조성, 사우디 증권거래소인 '타다울 타워' 건축공사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샤힌 프로젝트 수주는 그간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에서 기술력과 사업 역량, 이에 기반한 발주처와의 오랜 신뢰관계를 쌓아온 성과"라며 "향후 사우디에서 중장기적으로 발주가 예상되는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에서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선다. 원희룡 장관은 이달 4~9일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로 구성된 수주 지원단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사우디 현지를 방문하고 수주를 지원했다.
원 장관은 "사우디의 주요 인사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한 결과 이번 사우디측 방한 시 기업들에 체감되는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의 주요 프로젝트 수주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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