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뚝뚝’…2008년 금융위기 주택시장 재현 위기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낙폭, 2008년 이래 최대
주담대 상단금리 2008년 이후 첫 8% 돌파

10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으로 하락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과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국 단위로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 최대 하락세가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었던 2008년 수준까지 치솟으며 아파트 가격도 당시의 추세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아파트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고 청약률 0%를 기록한 분양 단지가 속출했던 금융위기 당시 시장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20% 내리며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약 20년 만에 최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각각 9월보다 1.24%, 1.52%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대 낙폭이다. 지난 2008년 12월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월보다 각각 1.46%, 1.73% 내렸다.

최근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매매시장 상황도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73㎡은 지난달 11억8500만 원(3층)에 팔렸다. 이는 지난해 8월 최고가 16억6000만 원(17층) 대비 4억75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작년 10월 27억 원(14층)에 신고가를 새로 썼지만 지난 12일에는 이보다 무려 7억2000만 원 낮은 19억8000만 원(14층)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시장이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하락 폭은 비교적 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팩트 DB

아파트 가격 하락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2일 사상 두 번째 빅 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는 3.00%로 올라섰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5% 수준에서 1년 5개월 만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이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는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0.25~0.50%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널뛴다.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4일 은행채 1년물 기준 6.764~8.064%로 상단 8%를 돌파했다.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은행 주담대 금리가 8%선을 넘긴 것이다. 이날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신규코픽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18~6.82%로 7%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앞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국내 기준금리는 각각 연 3.0%와 2.5%로 고점을 찍었다. 스피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연말 강동구 주택가격은 전년 말 대비 10.72% 떨어졌다. 송파(-9.86%) 강남(-7.08%) 서초(-4.44%) 등 강남권 주택가격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단지 435곳 가운데 114곳은 청약률 0%를 기록했다. 정식 청약 기간에 접수된 청약 통장을 접수한 이들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6차우성아파트 전용면적 79.97㎡는 2006년 11월 9억5000만원, 2007년 3월 9억3000만원 수준에 팔렸다. 그러나 2008년 10월에는 동일 면적의 아파트 가격이 7억3000만 원까지 내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금융위기와 비슷한 주택시장 추세를 전망하고 있으나 하락 폭은 당시보다 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 주택가격 하락 폭이 고점대비 40~50% 수준이었다면 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한 하락 폭은 최대 30%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2008년과 1998년과 달리 최근 내수경제 상황은 고용과 소득 등의 지표는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지방보다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내렸다면 현재는 지방 혹은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집값의 낙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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