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4700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펀드 투자자들은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사기상품"이라며 신속한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와 관련한 조정안을 상정·심의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다수의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의견진술, 질의·응답에 7시간가량이 소요됐음에도 분쟁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금감원은 올해 안에는 헤리티지 펀드 분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은행·우리은행·현대차증권·SK증권·하나증권 등 국내 7개 금융사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885억 원어치의 펀드를 판매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 4746억 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요청은 하나증권을 제외한 6개 금융사 대상 190건이다.
독일 헤리티피 펀드 분쟁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면서 펀드 피해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펀드 피해자들은 펀드 판매사들이 펀드의 기초자산이나 투자구조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설명과 거짓 기재한 설명서로 허위 내용을 설명했기 때문에 계약 취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펀드 피해자들은 특히 전체의 80%에 가까운 3799억 원의 펀드를 판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원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및 관련 기사 댓글에는 "실체도 없는 부동산인데 관련도 없는 건물로 사진을 찍어 고객을 속이고 신용등급까지 허위로 공지한 헤리티지는 100% 사기상품이다. 증권사는 즉시 계약취소하고 손해 배상해야 한다", "독일 정부가 사기라고 인정하는데 신한투자증권을 보호하려고 나서면 우리나라가 후진국임을 인정하는 꼴", "5년간의 이자와 위자료까지 보상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 직원의 구속수사를 촉구한다"는 등 비난이 봇물 넘치듯 한다.
증권사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특히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이 대표이사의 임기 중에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이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신한투자증권에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선보상 및 피해 조치가 빠르게 이뤄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의 책임론이 큰 상황인데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대표가 또다시 역량을 발휘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한투자증권 이사회에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이 앞서 예고한 대로 올해 안에 이번 분쟁 조정까지 마무리되면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이른바 '5대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피해 구제 절차가 막을 내리게 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한 차례의 분조위를 통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