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종료' 철회 푸르밀, 경영정상화 과제는 수두룩


업계 "푸르밀 오너, 개선할 점 체크하고 각성해야"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하고 회사 영업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재개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고 보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하고 회사 영업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두룩하다. 이달 30일 사업종료에 맞췄던 회사 내부 조직의 재정비와 거래처 재료 공급 문제, 대리점·농가와 신뢰 형성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가 '오너 경영 실패'라는 따끔한 지적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인정한 만큼 앞으로 푸르밀 오너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지난 10일 임직원 30% 감원을 조건으로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신동환 대표이사와 임직원, 노동조합 명의로 호소문을 발표하고 "슬림화된 구조하에 갖춰진 효율성을 바탕으로 영업을 정상화하겠다"며 "회사는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한다.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 저희 제품을 사랑해줄 것을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푸르밀의 사업 종료 철회 소식에 관련 업계에서는 직원들의 생계가 걸려 있었던 만큼 영업 정상화를 반기고 있다. 다만 인수 기업이 확정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이유를 분석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푸르밀은 지난 9월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푸르밀이 사업을 접기로 했다가 인원 감축이 있긴 하지만 사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해 다행"이라면서도 "푸르밀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공장 시찰을 돌아보고 인수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푸르밀이 공장 설비 등 관리를 못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푸르밀, 30% 구조조정 후 해결할 과제 수두룩

푸르밀은 이달 30일 사업종료에 맞췄던 회사 내부 조직의 재정비와 거래처 재료 공급 문제, 대리점·농가와 신뢰 형성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선 푸르밀은 약속에 따라 임직원 30%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노사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8일까지 네 차례 교섭을 통해 30%를 감원하는 대신 사업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푸르밀은 오는 16일까지 3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만 본사 사무직 상당수가 회사를 이미 떠났거나 희망퇴직 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사업 정상화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푸르밀은 임직원의 30%를 구조조정 한 후 사업 재개를 선언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그 이상의 직원들이 퇴사할 경우 당장의 사업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푸르밀 관계자는 "16일까지 희망퇴직 제출 기간이기 때문에 17일 오전에 어느 정도 희망퇴직 인원이 집계될 것 같다"고 전했다.

낙농진흥회와의 원유 공급계약도 종료된 상태다. 그동안 원유 80%가량을 낙농진흥회로부터 매입해왔는데 지난 1일부터 원유를 받지 않고 있다. 푸르밀을 PB 제품 제조사로 뒀던 협력사인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또 다른 제조사를 물색하고 있다.

푸르밀 관계자는 "낙농진흥회와의 공급계약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11월 30일에 맞춰 모든 자재나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임직원 30% 구조조정 이후 정상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업 종료를 철회했지만 30% 인원을 감원하면서 언제 정상화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몇몇 상품들은 이미 발주가 중단됐고 PB상품을 생산하는 유통업체들은 다른 협력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푸르밀의 사업 종료에 맞춰 협력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솔직히 당황스럽다"며 "정상화가 늦어지면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신동환 대표가 오너 경영 실패라는 따끔한 지적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한 만큼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더팩트 DB

◆ 신동환 대표, '경영 실패' 지적에 책임 통감…업계 "대비책 마련해야"

푸르밀은 지난 10일 호소문에서 "당사는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도 지속된 누적 적자로 '경영 위기'를 넘어 회사의 '존폐'를 고민할 만큼의 상황에 이르렀다"며 "경영진은 '오너 경영 실패'라는 따끔한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유제품 소비 감소, 원재료비 및 유류대 상승 등 대외적 경영환경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쳐 지난 4년간 누적 적자만 300억 원이 넘고 올해에만 18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추가로 예상되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기업으로 2007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100% 인수해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푸르밀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전문경영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8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환 대표 취임 첫해인 2018년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4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푸르밀의 자산 총계는 866억 원, 부채 총계는 723억 원으로 자본 총계는 143억 원이다. 올해 4월 기준 푸르밀의 주주 현황은 신준호 회장(60%), 신동환 대표(10%)와 신 회장의 딸 신경아(12.6%), 신 회장의 손자 신재열·신찬열(각 4.8%, 2.6%)로 신 회장 오너일가의 지분이 90%에 달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푸르밀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돌아온 푸르밀이라는 인식에 소비자들이 찾게 돼 매출 증가세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푸르밀의 사업 내용이나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푸르밀 오너가 개선할 점을 잘 체크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푸르밀을 시작으로 내년 4~5월 우리나라에 구조조정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푸르밀은 30%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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