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신청에 해킹까지…개인 투자자 '발 동동'


부채 66조 원 가상화폐 업체 최대 파산

유동성 위기를 겪던 세계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FTX가 끝내 파산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던 '세계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FTX가 끝내 파산하면서 후폭풍이 우려된다. 회사 부채만 66조 원에 달하는 등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파산 규모로 '코인판 리먼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산 신청 직후 해킹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기도 해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A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FTX가 신청한 챕터11 파산은 기업의 자산과 채무를 구조조정해 회생 기회를 주는 제도다. FTX그룹 산하 130개 계열사도 파산보호 신청 대상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억~500억 달러(약 13조~66조 원)에 이른다. 채권자는 10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 역대 최대이자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AP통신은 FTX 사태는 최근 수년간 발생한 가장 복잡한 파산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채권자 범위를 가려내는 데만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320억 달러(약 42조원) 기업 가치를 평가받던 FTX가 무너지는 데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들어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지난 8일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이 발생했다. FTX는 즉시 자금 인출을 동결하고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인수를 검토하던 바이낸스 측은 하루 만인 지난 9일 인수 포기 선언을 했다. 바이낸스의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데 실패한 FTX의 선택지는 파산보호 신청뿐이었다는 분석이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산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몰락한 FTX의 파산 절차는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가 맡는다. 레이 CEO는 지난 2001년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에너지 기업 엔론의 '빚잔치'를 효율적으로 관리 감독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FTX 파산 신청 이후 암호화폐 업계의 연쇄 유동성 위기,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 등 코인판 리먼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캐나다 교사연금 등 다양한 기관 투자자들이 FTX에 돈이 물려서다. 미 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를 비롯해 미 프로야구(MLB)의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 테니스 스타 나오미 오사카 등 유명인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는 구제금융 지원대상이 아니어서 개인 투자자들이 FTX에 맡긴 돈도 회수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FTX 개인 고객들은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들은 기관 투자자보다 채권자로서 우선순위에서 밀려 결국 돈을 잃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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