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재계 오너 경영 전면에…리더십 본격 시험대


정기 임원 인사 통해 역할 확대 주목
신사업 부문 경영 성과 과제

재계 인사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주요 기업에서 1980년대생 젊은 오너 기업인들의 전진 배치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인사 시즌이 시작됐다. 기업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의 상황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기보단 위기관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신사업 추진과 발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80년대생 젊은 오너가 3·4세들이 한 보 전진했다는 점이다. 신사업 부문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이들이 향후 어떠한 성과를 낼지,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부진한 사업과 일부 신사업 영역의 변화·혁신을 주도할 핵심 인재 등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역할이 확대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1986년생인 신유열 상무는 올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합류했다.

이러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지금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신유열 상무가 올해 들어 보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학 졸업 후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이후 롯데케미칼에 합류하는 등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승계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을 포함해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베트남 출장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이 신유열 상무를 해외 주요 인사들에게 직접 소개하면서 후계자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젊은 오너 기업인들이 경영 일선에 속속 배치되고 있는 흐름도 이번 기업 연말 인사와 관련해 신유열 상무의 이름이 지속 거론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미 인사를 발표한 기업에서 신유열 상무와 같은 1980년대생 오너 기업인들이 전진 배치됐다. 대부분 신사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지목됐다.

가장 최근에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이규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신임 사장은 그동안 자동차 부문을 이끌었고, 이번 사장 승진과 함께 내년 1월 설립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를 맡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BMW·아우디·볼보·지프·롤스로이스 등 수입차 부문 사업을 하게 된다.

연말 인사를 통해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왼쪽부터)의 역할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코오롱가 이규호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앞서 한화 3세 김동관 사장은 지난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뉴시스 제공

1984년생인 이규호 사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2018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2020년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동차 부문을 맡아왔다. 이규호 사장은 이러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입차 유통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의 도약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1983년생)은 지난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그린에너지·우주항공·방산을 모두 맡는 김동관 부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위주로 그룹 사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영향력이 대폭 확대됐다.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도 지난달 전무로 승진했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에서도 전략본부장을 맡아 경영 전반에 참여한다.

이번 인사를 거쳐 경영 보폭을 확대한 1990년생 오너 기업인으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상무)가 있다. 그는 지난달 CJ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올랐다. 이선호 실장은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하며 식물성 식품 등 미래 핵심 먹거리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젊은 오너들의 전진 배치 흐름이 가속화된 건 최근 일만은 아니다. 경영 승계를 앞둔 기업에서 수년째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3세 경영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1982년생)이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아버지 구본준 LX그룹 회장을 도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구형모 전무(1987년생)도 조만간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80년대생 회장 탄생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건은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사업 육성이 기업 공통 과제인 만큼, 젊은 기업인들은 이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현재까지 김동관 부회장이 검증된 차세대 리더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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