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 3년 구현모 KT 대표 연임 성공할까?


구 대표, 내년 3월까지 임기…연내 연임여부 결정날 듯
디지코 '탈통신' 성과 '뚜렷'…사법리스크·'본업소홀' 지적도

올해로 임기 3년차를 맞은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에 내·외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KT 제공

[더팩트|최문정 기자] 올해로 임기 3년차를 맞은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20년 KT 내부 인사 출신으로 12년 만에 대표 자리에 오른 구 대표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KT를 선언하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 먹거리를 발굴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KT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지배구조위원회의 대표 후보 심사 대상자 선정 이후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심사의견을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사회는 최종까지 올라온 후보 중 1명을 대표이사후보로 최종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부쳐 선임이 완료된다. 구 대표가 지난 2019년 12월 말 차기 대표 내정자로 발표된 만큼, 연임 여부 역시 올해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구 대표는 1987년 KT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KT T&C부문 T&C운영총괄,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구 대표 선임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KT 내부 승진이었다.

구 대표는 취임 직후 사내 방송을 통해 "KT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히며 '탈통신' 신사업 발굴을 예고했다.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신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바꿔왔다. /최문정 기자

이후 KT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 육성에 나섰다. 디지코 선언 이후 3년을 맞은 올해 상반기 KT는 7조9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KT의 비통신 분야 매출은 2조2200억 원으로, 전체의 약 28%에 달한다. 회사는 2025년까지 비통신 분야 매출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올해 4월에는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부문을 분사해 KT클라우드가 출범했다.

효율적인 신사업 추진을 위해 타 업종과의 협업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20년 출범한 AI원팀은 KT를 주축으로, 현대중공업그룹, LG전자,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우리은행, (주)한진, 녹십자홀딩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LG유플러스 등의 기업들이 △AI 공동연구 △AI 생태계 조성 △AI 인재육성 등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 사업의 경우, 지난 3월 CJ ENM과 콘텐츠 분야 전방위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그룹 내 미디어 컨트롤타워인 KT스튜디오에 1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나아가 오는 12월에는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자체 OTT '시즌'의 합병이 예고돼 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뎃그에 따르면, 올해 1~9월 티빙과 시즌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18.05%로, 현재 업계 1위 웨이브(14.37%)를 가볍게 넘어설 예정이다.

아울러 KT는 지난달 현대자동차그룹과 7500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지분 1.04%와 현대모비스 지분 1.46%를 KT 지분 7.7%와 맞교환했다. 양사는 향후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규격 공동 개발 △빅데이터 등 미래기술 펀드 운용 △보안 통신 모듈 분야 기술 협업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기업가치 역시 올랐다. 2020년 3월 1만7250원으로 바닥을 찍었던 KT 주가는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3만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에는 시가총액 10조136억 원을 달성했다. KT 시총이 10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이후 9년 2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도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현모 대표이사 재신임 여부가 향후 주가 핵심 요인"이라며 "재신임에 실패할 경우, KT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재신임되면 올해까지 유효한 배당정책의 연장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왼쪽)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저지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KT새노조 제공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네트워크 품질 논란 등 '본업 소홀' 논란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구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KT 전 CR지원실 실장 등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지인 등 명의로 들어온 정치자금 기부 요청에 KT 비자금 1400만 원을 구성해 13명의 국회위원에게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 대표를 정치자금법·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으로부터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올해 4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KT새노조는 구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근거로 연임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KT새노조는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KT의 본업인 통신 품질과 관련된 잡음도 이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IT 유튜버 '잇섭'이 최대 10기가 속도의 KT 인터넷 상품이 실제로는 100분의 1 속도인 100Mbps 수준이라고 폭로했다. KT는 정부로부터 5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용자 보호 평가에서도 2등급이 강등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서버 명령어 입력 오류로 전국 유·무선망이 1시간 가량 먹통이 됐다. 올해 4월에는 IPTV 서비스 올레TV 에서 1시간 동안 지상파와 종편 일부 채널이 나오지 않는 장애가 발생해 49만 명 가량이 피해를 겪었다.

munn0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