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청약시장이 얼어붙으며 지방을 중심으로 중도금 이자를 지원하고 계약금을 낮추는 분양단지가 속속 나온다. 청약 수요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미분양을 막으려는 것이다. 수분양자 입장에선 분양 시점부터 잔금을 치러야 하는 3~4년 뒤인 입주 전까지 이자비용 부담을 덜 수 있어 초기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분양가에 관계 없이 계약금을 일괄 1000만 원으로 낮춘 단지도 나온다. 수도권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는 등 청약 한파가 이어지고 있어 분양 사업자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4일 GS건설에 따르면 이달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돌입하는 대구시 남구 '대명자이 그랜드시티‘와 충남 아산시 ’아산자이 그랜드파크‘는 중도금에 대한 무이자 대출을 지원한다.
특히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대폭 증가한 대구에 공급되는 대명자이 그랜드시티의 경우 1차 계약금 1000만 원 정액제가 적용되고 사업자가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전액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 발코니 확장도 무료다. 대구 서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도 평형에 관계없이 중도금과 2차 계약금의 대출 이자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강원 원주시 관설동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 대전 유성구 학하동 ‘포레나 대전학하’ 등의 분양단지가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중도금을 전액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중도금은 계약금과 잔금 사이에 납부하며 통상 전체 분양가의 60%를 차지한다. 중도금 납부기간인 2~3년에 걸쳐 나눠 낸다. 따라서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중도금 이자를 지원받으면 분양가의 10~20% 수준인 계약금만 납부하고 아파트 분양을 계약할 수 있다. 나머지 40%가량의 잔금은 아파트가 완공된 후인 2~3년 뒤 납부하면 된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5억 원인 아파트의 중도금은 3억 원(60%) 수준이다. 중도금을 연 이자율 5.5%, 2년(24개월) 만기 기준으로 대출받게 되면 1740만 원에 달하는 이자가 발생한다. 무이자 혜택이 제공되면 분양가와 대출금에 따라 2000만 원 가량의 이자 부담을 덜게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실적이 부진하거나 미분양이 나올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에선 중도금 무이자나 무료 발코니 확장 등 청약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며 "지방이라도 분양가가 높아 중도금 대출 이자부담이 큰 단지나 수도권 등 주요 입지의 분양 단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자지원 조건이 제공되는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1500만~2000만 원 수준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대구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1만539가구로 조사됐다. 2011년 8월(1만142가구)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1만가구를 넘긴 것이다. 지방에서 시작된 청약한파는 수도권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다. 지방 전체 미분양 아파트는 2만7710가구에서 3만3791가구로 전월 대비 21.9%, 수도권은 7813가구로 55.9% 늘었다.
금리인상 기조로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을 외면하며 청약 경쟁률도 대폭 떨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경쟁률 19대 1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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