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오는 24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2일(현지 시각) 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종전 3.0~3.25%에서 3.75~4.0%로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관련해 여전히 갈 길이 남아있다"며 "최종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9월 점도표에서 제시된 내년 기준금리가 4.6%를 넘어 5%까지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은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지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3.0%에서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미금리 격차를 너무 나게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에서다.
미 기준금리가 4%를 돌파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우리나라(연 3.0%)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24일 빅스텝에 나서더라도 미국은 12월 FOMC가 한차례가 더 남아있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차가 벌어지면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수요가 준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물가마저 밀어 올릴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연 3%로 올린 직후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다수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에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진 가운데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 한 차례만 남은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인 무역적자와 경제 성장 둔화 흐름으로 인해 한은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분기 우리 경제는 0.3% 성장하며 선방했지만, 4분기 역성장 우려마저 더해지고 있다. 경제기관들은 내년 한국경제가 1%대 성장으로 잠재성장률(2.0%)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고 있는 데다 레고랜드 발(發)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한은의 고심을 깊어지게 할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인상속도를 늦추는 데 다음 회의 혹은 그다음 회의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12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미 연준이 12월 0.5%포인트 인상한 뒤 2023년부터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으로 회귀해 1~2차례 추가 인상 뒤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 한은도 이번 달 가계부채 등 문제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