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고금리 기조 속에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800조 원을 돌파했다. 반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1조4000억 원이상 줄었다. 가계대출은 올 들어 10개월 연속 줄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 원으로 한 달 새 47조7232억 원이 늘었다. 은행 정기예금에 48조 원가량의 돈이 불어난 것은 지난 1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정기예금은 지난 4월 이후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여 왔다. 지난 4월 잔액은 660조6399억 원으로 전달대비 1조1536억 원이 불었고 △5월 19조1369억 원 △6월 5조3191억 원 △7월 27조3532억 원 △8월 17조3715억 원으로 불었다. 9월에는 30조6838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최근 고금리 기조가 거세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등에 맞춰 수신금리를 산정하는데 올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10월 빅스텝(한 번에 금리를 0.%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기준금리가 계속해 인상되자 이에 맞춰 은행들도 수신금리를 조정한 셈이다.
5대 은행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4%대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이 파는 정기예금은 총 9개로, 이 중 5개 상품이 4%대 이상의 금리를 준다.
특히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지자 요구불예금 등 대기하고 있던 투자자금이 모두 정기예금에 쏠린 추이를 보였다.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에서는 29조 원에 달하는 돈이 한 달 새 빠져나갔다. 지난달 요구불예금잔액은 626조159억 원으로 지난 1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10억 원 이상의 고액 예금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전체 예금은행)의 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 원을 넘는 계좌의 총 예금액은 787조91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769조7220억 원)대비 2.4% 늘어난 수치며 사상 최대 규모다.
5대 은행의 10월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4354억 원 줄었다. 이는 10개월째 연속 감소세 기록이다. 신용대출잔액은 11개월 연속 줄며 가계대출 감소세를 견인했다. 10월 중 신용대출은 전월 보다 1조9322억 원 감소한 123조6299억 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으로 대출금리가 당분간 뛰며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시중 자금들이 쏠리고 있다"며 "저축은행 자금도 은행으로 몰리고 있고, 기업들도 투자대기자금을 정기예금으로 넣고 있어 앞으로도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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