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양사는 최근 회복되기 시작한 글로벌 완성차 수요에 힘입어 전장사업 수익화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올해 3분기 전장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자회사 하만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6300억 원, 영업이익 310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106% 급증한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조4000억 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커넥티드카 기술과 솔루션에 대한 견조한 수요 가운데, 고객사 주문 물량이 늘어나고 소비자 오디오 판매도 증가하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내부 운전공간) △5G 텔레매틱스(무선통신과 GPS 기술이 결합돼 자동차 내에서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카오디오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텔레매틱스의 경우, 지난해 BMW에 이어 올해 7월 도요타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도요타 계약 규모를 1000억 원 대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전장 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글로벌리서치(구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전장사업 관련 팀을 신설하고, 연구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연구팀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장 사업을 추진하는 그룹 내 계열사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도 지난 6월 유럽 출장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 업계의 변화와 급변하는 시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발언해 전장 사업 강화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LG전자도 올해 3분기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수익화가 본격화됐다. 지난 2분기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6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선 VS사업본부는 3분기 9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2분기 연속 2조 원을 달성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장사업은 LG전자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완성차 업체의 생산 확대에 대한 적극 대응과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 등 모든 사업 영역의 매출 성장과 지속적인 원가구조 개선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셜명했다.
이번 LG전자 VS부문 흑자는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TV사업(HE사업본부)의 부진과 더욱 대비된다. 올해 3분기 LG전자 HE본부는 글로벌 TV 수요 감소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5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HE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에도 1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장사업이 회사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LG전자는 4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회사는 연말 VS사업본부 수주 잔고가 8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와 차량용 조명(ZKW),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 전장사업 삼각편대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상반기 8조 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담당은 지난 28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수주잔고 기존 예상치는 65조 원 수준이었는데, 3분기 신규 수주 증가와 환율 영향이 더해져 8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현재 수주 잔고 비중은 인포테인먼트가 약 60%, 전기차 부품이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장 사업은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은 2020년~2023년까지 매년 7.4%의 성장률을 기록할 예정이다. 오는 2024년에는 약 4000억 달러(569조6000억 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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